간병 체험 때 찍은, 병실서 발견한 종이컵. 아픈 이들과, 그들을 돌보느라 힘든 모든 보호자들을 위해 기사에 넣는다./사진=남형도 기자
그 3개월이, 아들 A씨(45)에겐 아찔한 시간이었다. 쓰러진 모친을 보며 전전긍긍하던 것도 잠시. 수술이 끝난 뒤 돌아온 건, 그보다 더한 현실이었다. 간병비에 병원비까지 월 400만원에 달하는 돈을, A씨가 거의 다 부담해야 했다. 그에겐 동생이 있었지만 도와달라 얘기할 형편이 안 됐다.
모아둔 돈을 절반 정도 털어쓸 때쯤 다행히 퇴원하게 됐다. 그 때를 회상하며 그는 "엄마가 퇴원한 것보다, 조마조마한 지옥(地獄)에서 벗어난 게 더 기뻤다"고 했다. 그런 맘을 스스로 알아챈 뒤, 엄마 얼굴을 보니 참 슬펐단다.
원고지 60매가 넘는 지난주 기사엔 이런 얘길 충분히 못 담았던 터. 후기엔 꼭 쓰리라 맘 먹고 일주일을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세상에 나온 보호자들 이야기를 곱씹어서 봤다. 그들에게 길었던 시간들이, 내게도 그리 느껴졌다.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돈 문제만 다가 아니라 했다. 좋은 간병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란다. 운 나쁘면 질 낮은, 간병 서비스 얘기다.
보호자 D씨는 "1인 간병인만 8명 정도 써봤지만, 그 중 진실하게 대한 건 한 분 밖에 안 된다"며 "치매 환자라고 막 다루고, 보호자 없으면 괴롭히고, 어떤 간병인은 때리기까지 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트라우마'까지 생겼다고. D씨는 "정말 많이 울고, 사정도 얘기하고, 부탁도 했지만, 보호자 앞에서만 잘하고 뒤돌아서면 달랐다"며 "진심으로 환자 위해주는 간병인들에겐 감사하지만, 그들의 마음가짐을 교육시키고 면허를 아웃시키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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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E씨는 "얼마 전 입원했는데, 간병인들이 할머니들에게 '자기 전에 화장실 안 가고, 새벽에 꼭 일어나서 간다'며 어찌나 신경질을 부리던지 맘이 안 좋았다"며 "보호자들 사가지고 온 간식도 환자는 조금 주고, 자기들끼리 거의 다 나눠 먹었다"고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다. 보호자 F씨는 "일도 대충대충, 수다만 떨다가 간병인 업체서 일 잘하나 보러 나오면 마냥 잘하는 척하더라"라고 꼬집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이 모든 일이 정부 관리 '사각지대'서 벌어지고 있다. 개인이 해결 못할 일을 하라고, 세금 내는 것 아닌가.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간병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시스템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보호자들이 전한, 제도 개선 바람은 이랬다. 관련 정책 담당자들이 알기 쉽도록 최대한 쉽게 전달한다. 무려 굵은 글씨로 썼다.
1. 국가에서 의료보험에 간병비 지원도 됐으면 좋겠다.
2.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중증 환자는 받을 수 없어 힘들다. 그게 절대적으로 더 필요한데도.
3. 간병비를 연말 소득공제라도 포함시켜달라. 최소한 그만큼이라도 지원.
4. 간병인 교육을 하고, 자격 없는 이들은 '패널티'도 부여하라.
5. 간병인들 쉴 공간 좀 마련하고, 출·퇴근 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도.
아니, 베조스를 포함해 아파도 돈 걱정 없는 사람은 빼기로. 아파서 몸과 맘이 아프긴 하겠지만. 경제적 부담까지 더해져 힘든 건 돈 없는 이들 몫이니까. 그리고 웬만큼 있어도 환자 하나 때문에 가계 휘청이는 건 시간 문제니까.
그러니까, 이 정도면 '동기부여'가 좀 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