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저축은행 목표이익률 "평균 ROA 2배 넘지마라"…금융당국 가격개입 논란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9.06.27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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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14개 저축은행에 해당 기준 전달…목표이익률 고정돼 업계 답합 소지 우려도

[단독]저축은행 목표이익률 "평균 ROA 2배 넘지마라"…금융당국 가격개입 논란


금융당국이 저축은행들에게 신용대출금리 산정할 때 목표이익률을 업계 평균 ROA(총자산이익률)의 두 배 이내로 제한하라는 지침을 줬다. 목표이익률을 높게 잡아 과도하게 대출금리를 설정하는 행태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시장 가격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SBI·OK·웰컴저축은행 등 14개 저축은행에 대출금리 산정 관련 참고자료를 전달했다. 여기에는 신용대출금리의 가산금리 항목 중 하나인 목표이익률이 전년도 업계 평균 ROA의 200%를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14개 저축은행은 2017년 금감원과 대출금리 산정체계에 관한 MOU(업무협약)를 맺고 원가구조 개선을 진행해왔다.



지난해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ROA는 1.76%다.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올해 목표이익률은 3.52% 이내여야 한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참고지표로 활용하라는 차원에서 제시됐을 뿐 강제적으로 적용하라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강제성을 띤 것이나 다름 없다고 본다. 구체적인 기준을 금감원이 제시한 이상 ‘단순 참고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개별 저축은행이 자율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실상은 제시된 기준을 어기지 말라는 의미”라며 “MOU를 맺은 14개 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다른 저축은행에도 공통적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금감원이 사실상 시장 자율에 따라 결정되는 가격에 개입한 것이라고 본다. 대출금리는 기본적으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 조정금리 등을 반영해 결정된다. 이중 목표이익률이 포함된 가산금리는 각 회사가 현재 경영실태나 향후 목표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해왔다. 다른 가산금리 항목인 업무원가, 신용원가, 자본원가 등도 마찬가지다.

목표이익률이 고정되면 다른 원가항목을 낮추기 위해 드는 비용 투자가 소홀해질 수도 있다. 시스템 개선 등에 드는 초기비용을 목표이익률을 통해 보전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무원가 등을 떨어뜨리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쓸 유인이 줄어들 것”이라며 “머신러닝, AI(인공지능) 등 도입이 늦춰져 업계 전반에 경쟁력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에 따라 평균 목표이익률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게 될 경우 담합 이슈도 제기될 수 있다. 이미 금감원은 앞서 가산금리 항목에 대한 기준을 지난해 마련했지만 공정위원회의 지적을 받아 업계와 다시 TF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가산금리 각 항목별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면서 공정위가 담합 여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목표이익률 역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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