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맞았다고 했더니 의사들이 기피"…성토장 된 소송 설명회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9.06.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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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믿고 주사 맞았으니 여기도 소송해라" 환자들 분노표출

법무법인 오킴스 엄태섭 변호사가 인보사 투약환자 민사소송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지산 기자법무법인 오킴스 엄태섭 변호사가 인보사 투약환자 민사소송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지산 기자


지난 25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논현로 한국블록체인센터 3층. 코오롱생명과학과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성토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법무법인 오킴스 주최로 '코오롱 인보사 투약환자 민사소송 대응방안' 설명회다.

투약환자와 환자 가족 250여명이 몰렸다. 지금까지 소송 의사를 밝힌 700여명의 약 35%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엄태섭 변호사가 소송 전략을 설명했다.



그는 인보사로 인해 암에 걸렸거나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엄 변호사는 그러면서 "적극적·소극적 손해배상 청구는 한계가 있으니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로 가닥을 잡았다"며 "부작용이 발생하면 별도 소송을 진행할 수 있으니 연락을 달라"고 했다.

인보사 2액이 종양원성을 보유한 신장세포라는 이유로 인보사를 투약 받은 환자가 암 보험 가입을 거절당했다는 사례도 공개했다. 엄 변호사는 "환자들이 훗날 암에 걸릴까 두려워 암 보험에 가입하려 했더니 보험사가 가입을 거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 모든 게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실체를 알리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엄 변호사의 설명 이후 질의응답이 시작됐다. 설명회는 순식간에 성토장이 됐다. 인보사를 투약 받았다는 여성 환자는 "신장세포라고 말해줬으면 주사를 맞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릎은 나아질 기미를 안보이는 데 병원에서는 인보사 때문에 몸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며 진통제만 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여성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는지 몇몇 참여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비슷한 사연도 나왔다. 한 남성은 "병원을 옮겼더니 인보사를 투약 받았다는 이유로 의사가 치료를 꺼려했다"며 "인보사가 다른 방식의 무릎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한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한 환자는 "식약처가 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인보사 주사를 맞았으니 식약처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온갖 소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승소한다고 해도 코오롱생명과학이 손해배상을 할 능력이 되겠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오킴스는 환자 1인당 1000만원씩, 약 700여명을 대리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지금까지 총액이 70억여원정도다. 여전히 3000여명 환자들이 남아 있어 전체 소송액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

아버지를 대신해 현장에 왔다는 한 남성은 승소를 전제로 "코오롱생명과학이 몇 개 사업을 벌이긴 해도 인보사 없이 손해배상을 할 능력이 되겠느냐"며 걱정하기도 했다.

성토가 계속되자 엄 변호사가 이들을 달래기 시작했다. 그는 "인보사로 인한 치료 기회상실도 소송 배경에 담았다"며 "'원치 않는 이물질(2액)이 내 몸속에 들어왔으니 꺼내라'는 게 소송의 핵심이고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니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를 상대로 한 소송은 전략상 불리하다며 차근차근 이유를 말해주기도 했다. 엄 변호사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승소율이 낮다"며 "우리는 손해배상을 받자는 것이지 상대를 처벌해달라는 게 아닌 데다, 적(소송 상대)이 많아질 수록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행사장을 나가면서도 여전히 화를 삭이지 못한 듯했다. 은평구에서 왔다는 한 남성(60)은 "작년 11월 700만원을 들여 오른쪽 무릎에 인보사 주사를 맞았는데 3월 청천벽력 같은 뉴스를 접한 이후 무릎이 더 안좋아졌다"며 "90살, 100살까지 살 수도 있어 가능한 칼을 안 데려고 주사를 맞았는데 인생 최대 실수"라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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