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캄캄 반도체 업황…내년 장비투자 증가가 희망?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19.06.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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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수출 지표 상반기 내내 감소세 지속..내년 메모리 반도체 장비투자 20%↑에 기대

갈수록 캄캄 반도체 업황…내년 장비투자 증가가 희망?


"반도체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는 회복시기가 지연될 수 있겠다는 걱정이 있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 동안의 성과를 수성(守城)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달 들어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에 대한 업황 개선 기대감이 부정적 기류로 바뀌는 분위기다. 당초 예상과 달리 미·중 무역분쟁이 갈수록 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수출 등 각종 지표도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관세청은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3% 줄었다고 발표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도 5월 반도체 수출액이 메모리 반도체의 단가하락과 시스템 반도체의 수요 둔화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0% 감소한 76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 들어 반도체 수출은 1월 23.5%, 2월 24.9%, 3월 16.9%, 4월 13.5% 등으로 상반기 내내 감소세를 이어왔다. 이 기간 동안 4Gb(기가비트) D램(DRAM) 현물가격도 3.02달러에서 2.10달러까지 하락했다.
갈수록 캄캄 반도체 업황…내년 장비투자 증가가 희망?
특히 PC용 DDR4 8Gb(기가비트) D램 고정거래가격도 5월말 평균 3.75달러로 지난달(4달러)보다 6.25% 떨어졌다. 올 들어 5개월 연속 가격이 떨어지며 48.3% 급락했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기 직전인 지난해 9월(8.19달러)과 비교하면 54.2%나 떨어졌다. D램 가격이 3달러대로 내려앉은 것은 2016년 9월말(3.31달러) 처음이다.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가 대형 거래처에 제품을 공급할 때 계약하는 거래가격이다. 전체 D램의 90% 이상이 고정거래가격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삼성전자 (77,500원 ▲800 +1.04%)SK하이닉스 (174,200원 ▼1,700 -0.97%)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 실적가 직결된다.

지난해 7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낸드플래시(128Gb MLC 기준) 고정거래가격도 5월말 평균 3.93달러로 지난달보다 1.26% 하락했다.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세다. 올 들어 하락폭은 15.7%다.


산업연구원도 이날 ‘2019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반도체 수출액 감소율이 두자릿 수인 21.4%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의 경우 데이터센터 서버용 수요는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높은 수준의 재고로 인해 가격 하락과 수출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실적 개선 강도에 대한 기대감은 둔화되고 있는데 서버 수요 추정이 어려운 환경에서 미·중 무역갈등의 격화가 수요 전망에 그늘을 드리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가 "반도체 경기는 미·중 무역분쟁과 상당히 연결돼있는데 매일 단위로 파악해보면 자꾸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최근 내놓은 '2020년 글로벌 반도체 장비 투자 규모'를 보면 그나마 긍정적이다. 지난 3월에 발표한 예상치보단 낮은 수준이지만 내년도 반도체 장비 투자 규모는 올해보다 20% 늘어난 584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반도체 장비 투자 규모는 메모리 반도체 투자 축소로 지난해 대비 19% 줄어든 484억 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투자가 거의 없는 가운데 내년에도 투자가 없을 경우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까지 대규모 메모리 공급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메모리 수급 악화에도 내년 메모리 투자가 크게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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