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 미디어센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담이 생중계 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살아있는 북미 정상 채널…김정은 "흥미로운 내용 심중히 생각해 볼 것"=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친서에 대해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며 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며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수령 이후 북미 기류는 대치에서 대화 쪽으로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북미 정상의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입증된 동시에 하노이 노딜 이후 변곡점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어진 한미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에서도 대화 재개 가능성을 암시하는 기류가 확인됐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북 모두 협상에 있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북미 실무협상을 담당하는 북핵 수석대표가 북미의 '태도 변화'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것이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이 발언에 대해 "미국 정부의 태도 변화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지난 19일 한 포럼에서 "북미 모두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새 협상안을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유사한 맥락의 발언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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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재생에너지 관련 연설을 위해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히며 “이번 친서로 뭔가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9.06.12.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한은 미국에 비핵화-상응조치 교환과 관련해 '새 계산법'을 요구하며 대화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아 왔다. 미국 역시 북한과 대화의 문이 늘 열려 있다고 했으나, "입장을 바꾸라"는 북한의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해 왔다. 미국의 '일괄타결식 빌딜'과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접근' 주장 사이 간극이 유지돼 온 것이다.
북미 정상의 소통으로 교착 타개 기대감이 커지긴 했으나 양측의 실질적인 입장 변화 여부는 북미 대화가 실제 성사될 지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진단이다. 북미가 실무접촉에서 '의미 있는 접점'을 만들어야 '하노이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번 주 방한 기간에 북측에 실무회담 개최를 제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측이 이를 수용할 지 여부가 관건이다.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진행되는 연쇄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진전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다. 20~21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시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과 미중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어 서울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북미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확인될 지가 관심사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정상간 친서로 북미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구체적으로는 비건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 실무회담이 성사될 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