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호흡 맞춘 김정은·시진핑… G20 본게임 시동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6.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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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입장 확인한 시진핑, G20서 한, 미 정상 잇따라 만나…북중 정상간 오갔을 물밑 대화 관심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는 모습을 21일 보도했다. 2019.06.21.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는 모습을 21일 보도했다. 2019.06.21.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1일 1박2일 일정의 북한 방문을 마치고 전용기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시 주석은 북한의 극진한 예우 속에 진행된 이번 방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튼튼한 북중 공조를 확인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달 말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될 미중, 한중, 한미 정상회담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김정은-시진핑 북중 공조 확인…G20 외교전 시동= 21일 외신과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방북 둘째날을 맞아 북중 친선의 상징인 평양 시내 북중 우의탑 등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모란봉 기슭에 있는 우의탑은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군을 기리기 위해 1959년 건립된 곳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중국 고위 인사들이 단골로 찾는 장소이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전날 두 차례의 환영행사와 정상회담, 환영만찬, 집단체조 관람 등 일정을 진행하면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정상회담을 통해 북중 동맹을 강조하고 북한 경제 발전 및 한반도 정세 해결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확인하는 등 북중간 변함없는 공조를 과시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은 다분히 이달 28~29일 개최될 G20 정상회의를 의식한 측면이 크다. 방문 발표 자체가 불과 출발 사흘 전에 이뤄졌고, 일부 핵심 인사들이 동행하기는 했지만 국빈 방문 치고는 시 주석의 수행단 규모가 크지 않았다.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이번 G20 정상회의의 외교적인 비중이 커지면서 급하게 북한 방문이 결정됐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도리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한 미중 정상회담이 G20 기간 중 열릴 예정이고, 문재인 대통령과 시 주석도 오사카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후 귀국길에 한국을 방문해 문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갖는다.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만찬을 했다고 21일 보도했다. 2019.06.21.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만찬을 했다고 21일 보도했다. 2019.06.21.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남·북·미·중 정상 모두 등판…북미 대화 재개될까= 한국, 미국, 중국 등 한반도 문제를 풀 핵심 당사국의 정상들이 연달아 만나게 되면서 교착 상태에 있는 북한의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정착 이슈도 분기점을 맞을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한반도 정세 완화를 주도해오다 주춤한 북미간의 간극을 다시 좁힐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빅이벤트에서 소외되거나 자신들의 이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의 물밑 대화 등을 통해 비핵화와 관련한 새로운 대안이나 북한의 입장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건넸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고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인내심을 갖겠다"고 하는 등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앞두고 미국 측 주요 관심사인 북한 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의 생각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최대 이슈는 미중 무역전쟁 이지만 북핵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북한과의 공조를 통해 한반도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또다른 협상 파트너인 김 위원장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면 힘에서 밀리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조금은 더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문 대통령을 연쇄적으로 만나는 시 주석이 한반도 이슈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거나, 타협을 위한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공개된 메시지 가운데는 김 위원장과 시 주석간에 북미간 교착상태를 돌파하기 위해 어떤 내밀한 얘기가 오갔는지를 알 수 없다. 하지만 공개되지 않았다고 해서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있었다면 G20을 계기로 이어지는 미중, 한중, 한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는 동안 김 위원장과 시 주석간에 오갔을 물밑 대화가 어느정도 윤곽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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