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고도성장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한강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며 '신문화 1번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일년 내내 축제와 이벤트가 이어지는 한강은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직장인들이 퇴근 뒤 휴식 공간이자 가족 나들이, 레저공간이 되고 있다. 2030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문화현상인 '크루'(Crew) 활동도 활발하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쪽 강서 한강공원부터 동쪽 광나루 한강공원까지 총 12개의 한강공원을 찾은 일반 이용객 수는 3027만 명으로 집계됐다. 국민 10명 중 6명이 한강 구경을 해본 셈이다. 러닝이나 자전거 라이딩 등을 위해 찾은 인원까지 합치면 무려 7097만 명이 한강을 찾았다.
저녁나절이 선선한 최근에는 해질녘이면 한강공원은 업무를 마친 직장인이나 가족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구두나 정장 등 다소 불편해 보이는 복장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애슬레저 룩으로 갈아입고 가벼운 산책과 운동을 하며 야경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특히 반포나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러닝이나 자전거, 스케이트보드 등을 함께 즐기는 커뮤니티인 '크루족'들도 쉽게 볼 수 있다.
23일 서울 한강공원 뚝섬지구 인근 윈드서핑장에서 동호인들이 윈드서핑과 패들보트 등 수상스포츠를 즐기고 있다./사진=조성훈기자
'밤도깨비 야시장'이나 '멍때리기 대회', 한강 여름축제 등 독특한 즐길거리도 한 몫 한다. 난지공원은 캠핑중심지로, 광나루 한강공원은 드론 비행장, 반포 한강공원은 무지개 분수와 푸드트럭 등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뚝섬 한강공원은 반경 1.5km에 치킨집이 103개에 달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유명한 치맥성지다.
이처럼 한강이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탈바꿈한 것은 넓은 수변공원 부지에다 서울을 관통하는 지리적 이점, 자전거길과 축구, 야구를 비롯한 구기종목 경기장 등 각종 레저 인프라가 다양하게 갖춰져서다. 12개 한강공원 모두 지하철역과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 아울러 한강공원은 자전거부터 텐트, 돗자리까지 쉽게 빌릴 수 있고 배달음식 주문까지 가능해 편의성이 높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생활방식의 변화와 함께 한강이 도심속 레저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 관광산업 생태계로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한강은 '장소 상품'으로서 잠재력이 높은 관광 콘텐츠인 만큼 상업, 문화시설을 추가로 확보해 내국인만의 레저 공간이 아닌 국제관광교류공간으로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