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과학축제, 英 에든버러처럼 글로벌 축제 만들 것"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9.06.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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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기관장은 축구감독 같은 것”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사잔=한국과학창의재단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사잔=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 대중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지난 4월 개최된 ‘대한민국 과학축제’를 이같이 평가했다. 대한민국 과학축제는 4월 20일부터 23일까지 경복궁, 청계천, 세운상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에서 ‘개방형 과학축제’라는 타이틀을 걸고 처음 시도됐다. 1997년의 첫 행사 이래 처음으로 컨벤션 센터나 과학관 등 제한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서울 주요 도심에서 ‘시민형 축제’로 변모시킨 첫 시도였다. 65개 기관에서 150개가 넘는 프로그램이 운영됐고, 32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며 높은 호응을 이끌었다. 안 이사장에겐 지난해 12월 28일 취임 후 5개월간 심혈을 기울인 첫 대형 프로젝트였다.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사잔=한국과학창의재단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사잔=한국과학창의재단
“시민의 삶 가까이 다가갔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어요. 이전 행사와 달리 도심형으로 열다 보니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많이 오셨죠.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일반 대중이 과학실험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도록 ‘사이언스 버스킹’ 등 공연과 연극 등 문화 장르를 과학과 접목해 일반인들에게 과학을 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기회를 제공했던 점은 과학소통과 대중화가 어떤 형태로 이뤄져야 하는 지를 보여준 중요한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과학축제는 ‘거리의 과학축제’라는 테마로 세대 최대 규모의 과학축제로 꼽히는 영국의 ‘에든버러 과학축제’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됐다.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에든버러의 과학축제처럼 대한민국과학축제를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전통성 있는 과학축제로 만들어가겠습니다.”

이달엔 기다리고 기다린 낭보가 날아들었다. 지난 7일 영국 첼튼엄 과학축제에서 열린 세계 최대 과학소통경연대회 ‘2019 페임랩 국제대회’에서 한국 대표로 참가한 정민정 씨(서울대학교 식물세포생물학 연구원)가 최종 결선 진출 ‘톱(Top) 11’에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가 대회 참가 6년 만에 처음으로 결선 진출 최종 11인에 오른 쾌거다.



“대회 성과도 성과지만 페임랩 국제대회 출전자를 선발하기 위한 페임랩 코리아 대회를 통해 성장한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전국 곳곳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죠. 페임랩코리아 사업이 과학문화 저변을 확산하는데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회 본선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최종 우승권에 들어가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큰 게 사실이죠. 앞으로도 계속 아낌없이 지원할 겁니다.”

안 이사장은 최근 ‘매스 이펙트’(Mass Effect)라는 롤플레잉게임(RPG)에 빠져 산다. 그가 이 게임을 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매스 이펙트는 지구인이 화성탐사를 하다 유물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스토리로 담았어요. 우주를 배경으로 여러 가지 별자리도 소개되고 갖가지 과학상식이 총동원되죠. 이런 게임을 누가 만듭니까. 게임스토리 작가들입니다. 이런 스토리를 가진 게임은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웹툰 작가, 게임 스토리 작가 등을 대상으로 중력파가 어떤 건지, 고에너지물리학이 어떤 건지 알기 쉽게 알려주는 ‘사이언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어요."

안 이사장에게 지금까지의 연속 사업 외에 부임한 후 새롭게 제시한 구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기자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거창한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관장의 역할을 축구감독에 빗대어 설명했다. “이번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보셨죠.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때도 그랬듯이 감독이 어떻게 하느냐에 승패가 달렸다는 것을 보여줬어요. 축구감독은 축구를 잘하기 위해 있는 겁니다. 기관장도 기관이 갖고 있는 고유 기능을 잘하기 위해 있는 거죠. 창의재단은 50년 이상 운영됐고, 그간 사업의 노하우와 역량을 꾸준히 축적해 왔습니다. 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이사장은 성균관대에서 정보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및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1999년부터 성균관대 사범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로 일했다. 한국보안윤리학회장, 한국정보과학교육연합회 의장으로 활동하는 등 정보보호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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