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없는사회'는 신기루…빅브라더 막을 현금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2019.06.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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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0원·사생활 보호·접근성, 현금 만이 갖는 장점 명백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5만원권을 만들고 있다. 조폐공사는 18일 5만원권 발행 10주년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생산시설을 공개했다. / 사진제공=한국조폐공사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5만원권을 만들고 있다. 조폐공사는 18일 5만원권 발행 10주년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생산시설을 공개했다. / 사진제공=한국조폐공사


현금 사용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사생활 보호와 수수료, IT(정보통신)기술 접근성 때문에 현금이 사라질 수 없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경조금과 용돈 같이 현금이 꼭 필요한 영역도 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당 월평균 현금 지출규모는 64만원으로 2015년(81만원) 보다 17만원 줄었다. 신용카드와 같은 비현금결제수단 사용이 늘어나면서 현금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현금이 짧은 기간 안에 소멸한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은에 따르면 '현금없는사회' 실현가능성이 '낮거나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48.7%에 달했다. '단기간 내 있다'는 응답은 15.9%, '중장기적으로 있다'는 응답은 35.4%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가계 중 98.2%가 거래용 현금을 보유 중이다. 1.8%에 불과한 가계만이 거래를 비현금결제수단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중장기적으로도 현금이 소멸할 가능성은 낮다. IT기술 발달이 가져올 사생활 노출 두려움 때문이다.

신용·직불카드와 각종 페이(pay) 서비스 등 전자결제매체는 필연적으로 거래내용이 노출된다. 개인 결제내역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엄격하게 보호받지만 어딘가에 저장되는 만큼 노출 두려움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북한과 같은 통제사회에서는 이같은 공포가 더 크다. 비식별정보 공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일본은 세계에서 3번째로 국내총생산(GDP)이 많은 나라지만 현금사용 비중은 80%를 넘는다.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문화 때문이다. 각종 '00페이' 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고전하고 있다.


비현금 결제수단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도 현금이 필요하다.

노년층과 장년층은 전자결제수단 사용이 익숙하지 않다. 지난해 50대 거래용 현금 보유액은 20대(5만4000원) 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10만5000원을 기록했다. 예비용 현금보유 규모는 50대가 60만원으로 20대(27만5000원)에 비해 두 배 넘게 많다.

외국인과 미성년자 문제도 있다. '00페이'로 대표되는 전자결제수단은 각 나라별로 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한다.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비자·마스터 카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지만 신용카드 발급이 제한된 사람들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미성년자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용카드 발급이 어렵다. 전자결제수단을 사용하더라도 제약이 많다.

한은 관계자는 "현금은 약자의 결제수단"이라며 "비현금결제수단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현금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수료 때문에 현금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비현금결제수단은 결제과정에서 수수료를 내야한다. 사용자가 내지 않더라도 가맹자가 수수료를 지불한다. 반면 현금은 결제 수수료가 없다.

신용카드사와 전자결제 업체 등에 대항하기 위해 현금이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금이 완전히 사라진 사회에서 비현금결제 관련 업체가 수수료를 올릴 경우 맞서기 어렵다는 논리다.

베스트셀러 '현금 없는 사회' 저자 로스 클라크는 책에서 "현금은 우리가 금융산업을 견제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지불 수단이다"라며 "은행이 그나마 합당한 수준으로 수수료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가 언제든 돈을 인출해 보관할 수 있으며 은행을 이용하지 않고 우리끼리 거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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