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왼쪽)와 아이콘의 리더 비아이.
빅뱅, 투애니원에 이어 아이콘 멤버까지 마약 논란에 휩싸이면서 소속사의 관리 문제와 멤버들의 일탈 등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 하루가 멀다 하고 대중의 뭇매를 받고 있다.
YG는 어쩌다 ‘약국’ 오명을 쓰게 됐을까. 소속 가수 멤버가 맨 처음 마약으로 논란이 됐을 때, 양 대표는 ‘앞으로의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른 멤버들에게 왜 조치를 하지 못했을까. “재발할 경우 바로 소속사 아웃”이라는 엄중한 경고도 날릴 권한도 없었을까.
이 두 건 외에 멤버들의 일탈에 사실상 ‘방관 정책’을 쓴 YG는 이제 멤버들의 음악적 역량보다 회사 이미지 훼손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약국 오명’이라는 지경에 이른 그간의 배경을 YG에서 근무했던 간부와 연예기획사 관계자 멘트를 통해 들어봤다.
◇ “양현석 보고 들어온 연습생, 양현석처럼 되니 노 터치(No to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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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프로듀서는 현진영의 마약을 계기로 끼 있는 성인보다 말 잘 듣는 아이돌로 방향을 바꿨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프로듀서는 아이돌 교육의 시작을 ‘인성’에서 찾는다.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인격 수양이 덜 된 아이돌은 키우지 않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YG는 달랐다.
YG에 몸담았던 A씨는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의 양 대표의 스타성을 보고 존경의 마음으로 회사에 문을 두드린 연습생이 많았다”며 “실제 양 대표만큼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자 소위 ‘터치없는’ 자유로운 생활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노 터치’ 생활의 근간은 YG의 방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YG가 2000년대 초반 힙하퍼를 중심으로 휘성, 빅마마 등을 거느릴 때, 이 기획사의 꿈은 미국의 ‘모타운’이었다는 게 A씨의 전언이다. 흑인 음악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레이블 ‘모타운’은 흑인 음악의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스타를 배출했다.
당시 YG 음악에 대한 전문 힙합 레이블의 비판이 만만치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통 힙합’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YG는 ‘No.1’을 꿈꾸며 다양한 장르를 통해 상업적으로 성장했고, 그 성장 과정에서 ‘노 터치’ 문화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톱스타가 된 멤버들 사이에서 ‘이 정도’(그게 마약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가 자연스럽게 생겼다”며 “양 대표 역시 ‘나만 따라왔고 따라오는’ 멤버들을 보호하려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가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왼쪽)와 빅뱅 멤버 승리.
멤버들이 줄지어 마약에 손을 대고, 소속사 대표는 감싸 안는 그간의 배경에는 재계약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양현석 대표만큼 스타가 된 멤버들은 계약 종료 시점에 언제든 떠날 기회의 선취권을 지니고 있다. 문제 있는 멤버를 보호하지 않고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회사에 미치는 손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회사는 ‘선 보호, 후 침묵’ 정책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YG에 근무했던 E씨는 “가만히 보면 YG에서 잘 나가는 그룹이 재계약하지 않은 케이스는 거의 없다”며 “잘되지 않은 가수나 그룹만 은근히 손을 놓는다. 부모 마음을 가질 때와 냉철한 사업가 마인드로 다가가야 할 때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근혜 시절, 청와대 내왕 소문도”…YG 수사 영향력 있나, 없나
이전 정권 시절, 연예계에선 농담 같은 소문이 돌았다. 당시 YG의 고위 인사가 최고권력기관에 1주일마다 드나든다는 것. 한 연예기획사 B이사는 “YG가 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전 정권 시절에는 편하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C 대표는 “D씨가 그 관계자가 ‘맨날 바빠요. 거기 왔다 갔다 하느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전해줬다”며 “(D씨한테) 잘 나가는 데 그 관계자 한번 찾아가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농담한 기억을 떠올렸다.
C씨는 이어 “선출직은 몰라도 그 정권 시절 남아있는 관료들을 향한 영향력이 아직 남아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승리 게이트’부터 아이콘 멤버 ‘수사 과정 개입설’까지 YG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YG 영향력에 대한 논란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