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혼란에 '死월' 보낸 영국 경제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6.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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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GDP 성장률 (-)0.4%로 3년 만에 '최저'…자동차 생산량은 45%↓ 24년 만에 '최악'

/사진=AFP/사진=AFP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난 4월 영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총생산(GDP)은 3년 만에, 제조업 성장은 17년 만에, 자동차 생산은 24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영국의 지난 4월 국내총생산(GDP)은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3월(-0.1%)에 이어 두 달 연속 역성장한 데다 감소폭은 더 커졌다. 이는 2016년 3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기도 했다.



성장률 감소폭은 제조업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3월만 하더라도 제조업 성장률은 전월 대비 0.9%를 기록했지만 4월에는 3.9% 역성장세로 돌아선 것. 이는 2002년 6월 이후 17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기도 했다. 지난달 건설업은 0.4% 역성장했고 농업 분야는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에서 두드러진 하향세를 보인 것은 영국에서 자동차 생산이 줄어든 탓이 가장 컸다.



지난달 영국의 자동차 생산 규모는 전월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24년 만의 최악의 지표였다. 로이터는 범주를 자동차 아닌 '운송장비'로 넓히면 1974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달 말 영국 자동차 제조 유통협회(SMMT)가 내놓은 4월 자동차 생산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 4월 영국 내 자동차 생산 대수는 전년 같은 기간(12만7970대) 대비 44.5% 줄어즌 7만971대였다.

자동차뿐만 아니다. 화학, 제약업, 금속 등 다른 제조업 분야에서도 전방위적인 약세가 나타났다. 이는 예기치 못한 브렉시트 일정 불확실성 탓이 컸다는 분석이다.


늦어도 3월 말 영국이 EU를 떠날 것으로 예상했던 기업들은 공급 차질을 예방하기 위해 연초에 공장을 더 많이 가동시켜 물량을 비축해 두는 등 대비에 나섰지만 그 사이 브렉시트 기일은 두 차례(3월29일→4월12일→10월31일)나 연기됐다. 브렉시트 일정을 둘러싼 혼란이 거듭되는 사이 주문은 감소했고 기업들도 창고에 쌓인 재고분으로 수요에 대응할 뿐이었다.

특히 자동차 업체들 중에는 탈 EU 직후의 혼란을 미리 예상해 통상 여름에 진행하던 유지보수 셧다운(폐쇄)를 4월에 앞당겨 진행한 곳들도 있었다. 재규어랜드로버가 4월 초 일주일간 공장을 잠정 폐쇄했고 BMW와 푸조 역시 유지보수 기간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불확실성이 오는 10월까지도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EU 측과 협상을 주도하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7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영국 보수당은 새로운 당대표 및 총리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에 돌입했다. 새 대표는 7월 말 선출될 예정이다.

지난 10일 후보 등록 마감 시한 기준, 총 10명의 후보자가 하원의원 8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 출마를 선언했다.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 매트 핸콕 보건부 장관,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 등이 후보다.

CNN은 "브렉시트가 언제, 그리고 어떤 조건으로 일어날지 분명치 않은 데다 메이 총리의 잠재적 후임자들은 10월31일에 준비없이 떠나는 방안(노딜 브렉시트)도 고려하고 있다"며 "경제적 고통은 계속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편 4월 지표 발표 이후, 영국 싱크탱크 국립경제사회연구소(Britain’s National Institute of Economic and Social Research·NIESR)는 영국의 올해 2분기(4~6월) GDP가 0.2%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수치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은 2012년 4분기 이후 분기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는 것은 물론 약 7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기준 역성장세로 돌아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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