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향년97세)가 10일 별세했다. 사진은 1998년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5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민의례하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1922년 유복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이 여사는 이화여대의 전신인 이화여전 문과와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을 다녀와 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에서 강의를 하는 등 당시 '엘리트 여성' 가운데 하나였다.
이 여사는 국내 여성운동 1세대 활동가라도 분류된다. 1950년대에는 초에는 대한여자청년단, 여성문제연구원 등의 창설을 주도했다. 미국 유학 직후인 1950년대 말에는 대한여자기독교청년회(YWCA) 총무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를 역임하는 등 한국 여성운동계 지도자로 성장한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5수 끝에 국회의원이 됐지만 5·16 쿠데타로 정치 낭인이 된 상태였다. 이때부터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동반자이자 정치적 동지가 됐다.
특히 이 여사가 유학 시절 쌓은 영어 실력과 영문 타자 솜씨, 서구식 매너 등이 큰 자산이 됐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세계 각지의 유력인사들에게 유려하고 호소력 짙은 편지를 보내 구명 운동을 펼쳤다. 이는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 생활에도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97년 김 전 대통령의 취임식 이후엔 이 여사는 영부인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앞장섰다. 결식아동을 위한 봉사단체 ‘사랑의 친구들’, 저소득층 여성을 돕는 ‘한국여성재단’ 등에서 활동했다. 여성가족부의 모태가 되는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도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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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대북송금 사건 수사, 세 아들의 비리 연루로 또 한 번 힘든 시기를 겪었다. 2009년 8월에는 남편 김 전 대통령을, 지난 4월에는 첫째 아들 김홍일 전 의원을 먼저 보냈다.
한편 이 여사는 올해 봄부터 노환으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이 여사의 분향소는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에 마련될 예정이다. 김대중평화센터에 따르면 조문은 11일 오후 2시부터 가능하다. 발인은 14일 오전 6시다. 장지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다. 장례예배는 14일 오전 7시 신촌 창천교회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