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 '하만' 불똥튈까…中 매출 1조 무너질 수도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19.06.1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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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쑤저우 공장 증설 투자…4월엔 中 전기차 부품 수주도

디네쉬 팔라워 하만 CEO(사진 왼쪽 다섯번째)와 하만 경영진들이 지난해 4월 중국 선전 R&D 관계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하만디네쉬 팔라워 하만 CEO(사진 왼쪽 다섯번째)와 하만 경영진들이 지난해 4월 중국 선전 R&D 관계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하만


미·중 무역갈등이 날로 첨예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 (78,400원 ▼500 -0.63%)가 인수한 미국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전문업체 하만(Harman)에도 불똥이 튈지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만은 중국 매출이 1조원을 처음 돌파한 덕분에 지난해 현지 공장도 증설하고 최근에는 중국 전기차 부품까지 수주한터라 양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리스크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만의 올 1분기 글로벌 차량용 헤드유닛 시장 점유율은 21.8%(지난해 18.8%) 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번에 점유율 20%를 돌파할 수 있었던 배경은 최근 몇 년 간 중국에서 거둔 성과가 어느 정도 뒷받침됐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하만 중국법인은 2017년 매출 10억 달러(1조1800억원)를 처음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30% 늘어난 수준이다.

이 같은 기세를 몰아 하만은 지난해 4월 장쑤성 쑤저우 공장을 확장했다. 오디오와 커넥티트카 등 각종 자동차 전장 부품을 만드는 쑤저우 공장의 생산량을 2배 이상 늘린 투자다.
미-중 무역전쟁에 '하만' 불똥튈까…中 매출 1조 무너질 수도
이에 맞춰 하만 4개 R&D센터(상하이, 선전, 청두, 쑤저우) 직원만 4000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력투자도 병행했다. 당시만 해도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최고경영자)는 선전 R&D센터를 찾아 "현지 고객들에게 오디오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장 관련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 기업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업계는 하만도 이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하만은 현재 독립경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이사회 4명 중 3명(손영권·노희찬 사장, 안중현 부사장)이 삼성전자 경영진이다.

중국 정부는 이달 초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의 중국 내 합작 법인을 반독점법 위반 명목으로 1억6280만 위안(약 277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했을 때 하만 대상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식 보복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하만은 4월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문 자회사인 BJEV(베이징일렉트릭비히클)와 '디지털 콕핏'(인포메이션 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디지털 콕핏은 삼성전자와 하만이 공동개발한 전장 시스템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계약 파기나 축소 등 보복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쑤저우 공장은 하만 최초의 중국 생산공장일 정도로 현지 시장에 각별히 공을 들여왔다"며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계속 사업하기 위해 미국의 눈치도 봐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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