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님, 임기 내 주가 3000시대 가능한가요?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9.06.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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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67>주가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를 판단하는 바로미터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문대통령님, 임기 내 주가 3000시대 가능한가요?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내 주가 3000시대를 열겠습니다.”

역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의 경제정책 방안이 뛰어나다는 걸 선전하기 위해 주식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예컨대 “주가 3000시대를 열겠다”가 대표적인 주가 공약이었지요.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일을 닷새 앞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당시 대우증권 여의도 객장을 찾아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내년엔 주가 3000, 임기내 5000까지도 가능하다”고 호언했습니다. 당시 이 후보는 주가가 저평가된 가장 큰 요인이 노무현 정권 때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대통령 재임 5년간 주가 성적은 노무현 대통령 재임 기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초라했습니다. 이 대통령 재임 5년간 코스피지수는 18.1% 올랐고 시가총액은 36.1% 증가했는데, 노 대통령 시절 코스피지수는 184.8% 올랐고 시가총액은 248.9% 증가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거의 10배나 높습니다.

코스닥지수도 이명박 정부에선 –19.2% 하락했지만 노 정권 5년간 53.9% 상승했습니다. 코스닥 시가총액은 이명박 정부에서 23.8% 증가에 그쳤지만 노 정권하에선 156.1% 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을 이른바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 비웃으며 비난했지만 경제정책 성과의 바로미터인 주가 성적을 보면 이 대통령은 노 대통령의 발뒤꿈치에도 못 따라갑니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대선 하루 전날 여의도 증권거래소를 전격 방문해 “임기 중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5년 전인 2007년 대선을 8개월여 앞둔 한나라당 대권후보 경선 시절에도 “5년내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고요. 박 대통령은 특별히 주식투자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상당히 어필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중 국정농단 등의 이유로 헌정 역사상 첫 탄핵을 당하면서 주가 3000시대 공약은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대통령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주가 3000, 5000시대’ 공약을 내세우는 이유는 자신에게 경제를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돼 경제정책을 실천하면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이익이 불어나 주가가 오른다는 논리입니다.

비슷한 논리로 과거 이명박 대통령은 이른바 ‘747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정책이 추진되면 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 진입할 수 있다고 크게 선전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많은 국민들이 ‘747 공약’을 기억할 정도니 이 대통령의 경제 메시지가 얼마나 뚜렷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도 자신의 경제정책이 성공하면 경제성장률 4%, 고용률(OECD기준) 70%, 1인단 국민소득 4만 달러 진입이라는 ‘474 비전’을 내세웠습니다.

비록 두 대통령 모두 공약과 비전 실현에 실패했지만, 대통령 후보들이 이같은 경제공약을 내세우는 이유는 국민들에게 자신의 정책이 경제를 성장시키고 국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주가 공약을 내세우는 이유도 매한가지입니다. '주가 3000시대'와 같은 공약을 통해 자신의 경제정책으로 기업이익이 불어나 주가가 오르고 투자자들의 자산가치가 증대할 수 있다는 기대와 확신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다른 점은 대선공약에 주식시장에 대한 목표를 넣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전직 대통령들처럼 헛된 공약을 하기 싫어서였는지는 몰라도 문 대통령은 “주가 3000, 5000시대를 열겠다” 등과 같은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주가는 신(神)도 모른다”는 말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문 정부의 경제팀과 청와대는 그동안 줄곧 문 정부 집권 3년차인 올해부턴 경제정책의 가시적인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해 왔습니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청와대 간담회 자리에서 “2019년 예산안은 순수하게 우리가 짠 예산”이라며 “신속히 국민 앞에 성과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국 민정수석도 지난해 11월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문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났지만 경제성과의 부족함에 대해선 (경제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정치·정책은 결과책임(Erfolgshatfung)을 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숱한 혹평과 비아냥, 비판과 견제 속에서도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성공하면 경제는 성장하고 기업이익은 불어나고 주가는 오르고 국민들의 삶은 나아집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 그랬습니다. 아무리 비판과 비아냥이 들끓어도 결과적으로 드러난 경제성과 앞에선 모두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주가는 문 대통령이 말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경제성과의 하나입니다. 조 수석이 말한 경제정책의 결과책임을 물을 수 있는 성과물의 하나이고요.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궁극적으로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좌파, 우파 이념논쟁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국가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이익이 늘어나고 주가가 오르면 옳은 정책이고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정책일 뿐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문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면 주가는 오를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떨어질 것입니다.

문 대통령 취임 2주년이 조금 지난 4일 현재 코스피지수는 2069.11로 문 대통령 취임일 종가 2270.12보다 거의 9% 가량 하락한 상태입니다. 코스닥지수는 707.75로 약 10% 높은 상태이고요.

주가를 보면 문 정부 집권 3년차인 올해에도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주가 3000시대’와 같은 목표가 없었으니 딱히 비난받을 빌미가 없긴 하지만 주식투자자들 입장에선 실망이 큽니다.

그럼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에 주가 3000시대가 가능할까요? 남은 3년동안 약 45%만 오르면 되니까 절대 허황된 목표는 아닙니다. 주가가 1년에 약 13%, 1달에 약 1%씩만 오르면 됩니다.

문 대통령님, 남은 임기 내에 주가 3000시대가 가능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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