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20대 국회를 두고 비판과 질타가 쏟아진다. 통계를 봐도 좀 심하긴 하다. 자유한국당은 20대 국회 들어 17회 국회 보이콧을 했다. 두 달에 한 번 꼴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2, 4, 6월은 임시 국회가 자동 개회된다. 9월에 소집되는 100일짜리 정기국회를 포함하면 국회는 두 달에 한번 열린다. 국회가 열릴 때마다 보이콧을 했다는 말이다.
의원들의 ‘활발한’ 활동 덕에 의원 발의 법안이 많아져 법안 처리율이 떨어졌을 것이란 항변도 가능하다. 18대 1만1191건. 19대 1만5444건에 불과했던 의원 발의 법안은 20대 국회 들어 1만8300건(위원장 발의 제외)으로 급증했다. 4년이 아닌 3년 만에 이뤄낸 실적이다. 하지만 법안 ‘발의’만 할 뿐 ‘처리’하지 않는 것은 20대 국회의 모습이다.
20대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923건의 법안중 548건(59.3%)만 처리했다. 375건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40일 넘도록 국회 심의조차 진행되지 않는 추가경정예산안은 여기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물론 성적표가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역사 속 한 획을 그은 국회는 오히려 많지 않다. 국회 홈페이지에 보면 19대 국회는 세월호 참사 후속조치 입법과 간통죄 폐지, 18대 국회는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의결 등을 역사로 꼽았다. 선거연령 하향(17대), 이라크 전쟁 파병 동의(16대) 등도 ‘한 획’으로 불리기엔 다소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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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0대 국회는 ‘홈런’을 쳤다. ‘박근혜 탄핵’만으로 국회 역할을 다 한 것일 수 있다. 촛불의 외침을 받아 안은 것 이상 ‘민의의 전당’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탄핵’이 정치적 홈런이었다면 경제 사회적으로는 근로시간 단축을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으로 포장되긴 하지만 엄연히 20대 국회의 작품이다. 홍영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았을 때 당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손잡고 만든 작품이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한 획을 그은 20대 국회는 그래서 ‘평범하고 소소한’ 법안이 성에 안 차는 것일까. 개헌 헛스윙에 이어 선거제 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큰 것만 좇는다.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은 급하지 않다. 소방직의 국가직화 관련법,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 등 눈물과 슬픔을 깔고 있는 법도 애써 외면한다.
그러면서 하는 게 고작 5당 회동, 3당 회동, 1대1 회동의 숫자놀음이다. 대형 홈런을 친 20대 국회를 성과를 인정한다. 그걸로 이미 소임을 다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마냥 휴업을 하는 것일까. 왜 국민이 국회 정상화를 애걸복걸하며 마음을 졸여야 할까. 오히려 내년 총선을 기다리는 게 국민 생활과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20대 국회를 잊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