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연준 의장 '금리인하' 신호에 껑충…다우 2%↑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6.0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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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경기확장 유지 위해 적절히 대응"…'무역전쟁' 中 "대화로 풀자" 대미 유화 제스처

[뉴욕마감] 연준 의장 '금리인하' 신호에 껑충…다우 2%↑


뉴욕증시가 급등했다. 미국 중앙은행 수장이 직접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랠리를 촉발했다. 미국과 중국·멕시코 간 무역갈등이 완화 조짐을 보인 것도 한몫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경기확장 유지 위해 적절하게 대응"



4일(현지시각) 우량주(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512.40포인트(2.06%) 뛴 2만5332.18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58.82포인트(2.14%) 상승한 2803.27을 기록했다. 멕시코산에 대한 관세 부과를 피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멕시코에 공장을 둔 자동차주 GM(제너럴모터스)와 포드가 각각 6%, 3%씩 뛰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94.10포인트(2.65%) 오르며 7527.12에 장을 마쳤다. 전날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반(反)독점 당국의 조사 소식에 급락했던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주가는 모두 반등에 성공했다.



그동안 금리동결 방침을 고수해온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까지 무역전쟁을 명분삼아 '비둘기파'(통화완화주의)로 돌아선 게 주가를 밀어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시카고에서 열린 통화정책 콘퍼런스에서 "경기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대응할 것"(act as appropriate to sustain the expansion)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둔화되거나 경기위협 요인이 가시화될 경우 정책금리 인하 등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집행하겠다는 뜻이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지난해말 이후 파월 의장이 직접 금리인하 가능성을 공식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현재 연준의 정책금리는 2.25~2.50%다.


파월 의장은 "연준은 글로벌 무역전쟁이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 모른다"며 "우리는 무역전쟁이 미국 경기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도는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리 시대의 눈에 띄는 통화정책 도전 과제"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무역전쟁을 고려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미국의 정책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정책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연준의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통하는 불러드 총재는 전날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을 조정하고 급격한 경기하강에 대비하기 위한 하향적 정책금리 조정이 곧 정당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CME(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OMC가 오는 11월 이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90%, 12월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80% 반영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이달까지 120개월, 즉 10년째 경기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만약 다음달까지 경기확장 추세가 유지된다면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 경기확장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경기확장 기간은 평균 58개월이었다.

◇'무역전쟁' 中 "대화로 풀자" 대미 유화 제스처

무역전쟁의 포연도 조금이나마 가라앉았다.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의 '관세폭탄'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을 폈다.

이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주말 멕시코 대표단이 미국으로 가 상무·농무부 장관 등 고위 정부 관리들을 만났다면서 "대화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고, 10일 이전에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대결을 원치 않는다"며 "필요하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만날 수도 있다"고 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도 이날 주미 멕시코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이 이끄는 멕시코 대표단은 5일 워싱턴D.C.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 미국 대표단과 만나 관세 및 불법이민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집권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멕시코산 관세 부과를 저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테레사 메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10일 멕시코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예정대로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가 미국으로의 불법이민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10일부터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고 10월까지 관세율을 단계적으로 25%까지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을 향해 대화를 강조하는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무역전쟁 확전을 우려하던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무역분쟁은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한층 누그러진 태도를 보임에 따라 무역협상 재개의 불씨가 되살아난 셈이다.

한편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과 '경이적인'(phenomenal) 무역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런던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영국이 EU(유럽연합)을 떠날 준비를 함에 따라 미국은 (영국과) 경이적인 무역협정 체결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무역협정에 따라 양국 간 교역량이 2∼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훌륭하고 포괄적인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협상에서 모든 사안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날보다 2.18포인트(0.59%) 오른 372.67에 장을 마쳤다.

독일 증시의 DAX는 178.36포인트(1.51%) 급등한 1만1971.17, 프랑스 CAC40 지수는 26.80포인트(0.51%) 상승한 5268.26을 기록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는 29.49포인트(0.41%) 오르며 7214.29로 마감했다.

멕시코에 공장을 둔 자동차주들이 랠리를 주도했다. 독일 다임러는 약 4%, 폭스바겐은 약 3% 뛰었다.

국제유가는 내렸다. 이날 오후 4시36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4센트(0.26%) 하락한 53.11달러를 기록 중이다.

달러화는 약세였다. 같은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 대비 0.03% 내린 97.11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금값은 올랐다.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금은 전장 대비 0.23% 상승한 온스당 1330.90달러를 기록 중이다. 통상 달러화로 거래되는 금 가격은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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