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사진=뉴시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 국영 곡물 수입업체들에 미국산 대두에 대한 수입 지시를 내리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수입을 중단했다.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인 중국은 수입된 대두의 대부분을 사료용으로 쓴다.
지난해 7월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미중 관세전쟁이 터지면서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 때문에 미국산 대두의 수출물량이 급감하며 미국 대두 농가들이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농가에 대한 총 16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지원 정책을 발표한 배경이다.
중국이 대두를 보복 카드로 선택한 것은 대두의 주요 생산지인 미국 중서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이기 때문이다. 주요 지지층인 중서부 백인 농민들에 경제적 타격을 줘 민심 이반을 유도하는 사실상의 '이간계'(離間計)인 셈이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핵심 지지세력의 불만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란 판단이 깔려있다.
중국은 이밖에 첨단제품의 필수 원료인 희토류의 대미 수출 금지, 미국산 불매운동 유도 등의 카드도 검토 중이다. 반면 미국은 중국기업들의 뉴욕증시 상장을 제한하는 등 미국 자본시장 접근을 막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관세폭탄 등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미중간 패권경쟁이 통신·드론·CC(폐쇄회로)TV를 둘러싼 기술전쟁,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상계관세 등 환율전쟁에 이어 금융전쟁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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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통신에 따르면 장한후이(張漢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사전에 계획된 (미국의) 무역전쟁 촉발 행위는 노골적인 경제 테러이며 경제 우월주의이자 경제적 약자를 괴롭히는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어 "무역전쟁에 승자는 없다"면서 "우리는 무역전쟁에 반대하지만 두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캐나다를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음달 일본에서 미중 정상이 회담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자리에서 협상의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은 "무역협상이 타결되려면 중국이 미국의 통상 시스템 개혁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달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었지만, 최근 무역전쟁 격화로 회담 성사 여부가 의문시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