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때마침 '데이터 규제' 강화…美 IT 기업 겨냥하나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5.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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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내 인터넷 트래픽 해외 전송 금지 등 담은 '데이터 안전 관리 방법' 초안 고시…美 IT 기업 공격 수단 가능성

中, 때마침 '데이터 규제' 강화…美 IT 기업 겨냥하나


중국이 자국내 인터넷 이용과 관련한 데이터의 해외 전송 금지 등 인터넷 정보 관리를 한층 강화한다. 지난 2017년 제정된 네트워크 안전법과 관련한 세부 고시로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인터넷 관리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인터넷 IT 기업들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듦으로서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를 맹렬히 공격중인 미국에 대한 대응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9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중국 '네트워크안전법'에 근거한 '데이터 안전 관리 방법'의 세부 내용 초안을 공개하고 다음달 28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이 고시는 국가 안보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이 국내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고시 초안은 기업들이 중국 내 이용자들의 인터넷 트래픽을 해외로 전송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운영자들은 잠재적인 보안 위험을 평가하고 중요한 데이터를 외부에 게시, 공유, 거래 또는 제공하기 전에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아울러 국가 안보, 사회 관리, 경제 규제 및 기타 업무를 위해 정부 기관이 요구할 경우 각 기업들은 해당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이번 규정은 지난 2017년 제정된 '네트워크안전법' 시행을 위한 세부 고시 성격이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앞서 지난 24일에도 '네트워크안전법'과 '국가안전법'에 근거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특정 IT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구매를 금지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네트워크안전심사방법'이라는 고시 초안을 발표해 한달간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량하이밍 하이난대 교수는 이런 조치가 중국의 안보를 위해 필요하며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무역전쟁 속에 데이터 안보가 매우 중요해졌다"면서 "미국이 인터넷 전쟁을 일으키거나 수집한 데이터로 중국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시 발표 시점상 미국의 화웨이 공격에 대한 대응 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이 화웨이를 공격하고 있는 만큼 중국도 데이터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미국 IT기업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들이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무역협상에서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고 생각하는 '네트워크 보안' 문제에 대해서 양보할 수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외신들은 따르면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외국기업들이 중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데이터 저장에 대한 제한 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 애널리스트인 류딩딩은 "이번 조치는 구글과 같은 미국기업들이 화웨이에 대한 거래 금지 조치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화웨이에 대한 공세를 높이고 있는 미국에 대한 효과적인 맞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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