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성추행 보도 반박 명예훼손' 관련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5.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 심리로 27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정 전 의원 측은 서 기자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해당 기자가 의혹과 관련한 사실 확인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서 기자는 이같은 취지의 정 전 의원 측의 주장에 "미투 보도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는 것이 첫 보도로서 의미가 있다"며 "피해자 진술에 대한 사실여부 확인은 추후 기사를 통해 보강해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정 전 의원 측은 보도 내용과 관련해서도 첫 보도에서는 '얼굴을 들이밀었다'는 표현이 이후 '입맞춤'과 '입술이 스쳤다'로 바뀌었다며 이러한 표현을 피해자에게 직접 들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정 전의원 측 변호인은 "솔직히 입술이 스쳤다는 그림이 안그려진다"며 서 기자에게 "당시 상황을 상상해서 다시 피해자에게 물어봤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서 기자 측은 이와 관련해 "스쳤다는 행위 자체는 서로 납득이 됐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황을 재연하면서까지 피해자에게 확인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나 저나 행위의 시도에 의미를 부여했다. 구체적인 상황보다 시도 자체가 중요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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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의사에 반하는 키스 시도는 넓은 의미의 성폭행으로 볼 수 있다"며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은 피해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것과 다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정 전 의원 측 변호인은 "성추행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시도보다 실제로 어떤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중요한데 왜 자꾸 의미를 축소하냐"고 재반박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의혹 해명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3.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실제 지난해 3월9일자 프레시안 기사에는 피해자가 당시 남자친구에게 보낸 메일 중 서두의 한 문단과 뒷부분 내용만 편집되어 인용된 바 있다.
서 기자는 당시 인용된 메일과 관련해 전체 메일이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에 대한 감정표현인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완벽히 정 전 의원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정 전 의원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남자친구에게 받은 상처가 중첩되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의도적인 악마의 편집이라는 정 전 의원 측에 주장에 대해서는 "만약 그랬다면 기사를 다 쓰고 피해자에게 보여줬을 때 문제를 지적받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피해자에게 기사를 보여줬을 때 지적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는 정 전 의원의 지지자들도 재판을 방청했다. 약 3시간 반 동안 이어진 서 기자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들은 한숨을 쉬거나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서 기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친 재판부는 오후부터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프레시안은 지난해 3월 정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78)의 BBK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되기 직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기자지망생 A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최초 보도했다.
정 전 의원 측은 당시 시간대와 동선을 근거로 반박하면서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허위 보도' '새빨간 거짓말' '국민과 언론을 속게 한 기획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 등 기자 6명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프레시안 측은 정 전 의원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 측은 호텔에서 사용한 카드내역이 확인되자 고소를 취하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검찰 출석 당시 "쟁점 부분에 대한 사실이 밝혀져 취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정 전 의원이 프레시안 보도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처럼 발언해 기자와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불구속기소 했다. 프레시안 등을 고소한 사안과 관련해서는 무고 혐의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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