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물로 나타난 화려함 뒤에 감춰진 동식물 고고학자들의 분투는 상상 이상이다. 지하수에 침수된 목관을 건지기 위해 맹추위에 언 손으로 물을 퍼내고 목선의 나무판이 상할까봐 한 시간에 걸쳐 맨손으로 개흙을 파내고 포항제철을 찾아가 100톤짜리 크레인을 빌려달라고 요청하는 등 현장에선 수작업의 긴장감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고고학자들은 누군가 이 향로를 지키기 위해 공방 수조에 숨겨놓았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쟁 중 피신하는 길목에서도 유물을 지키려는 1500년 전 인물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숨 가쁜 발굴을 통해 기존 역사 해석을 바꾸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경기도 연천 전곡리에서 발견된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세계 선사시대 교과서를 바꿔놓았다. 이 도끼가 아프리카와 유럽에만 존재한다는 ‘모비우스의 학설’이 깨진 것이다.
1976년 여주시 혼암리 발굴지에서 발견된 탄화미는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기원전 10세기의 것으로 판정되면서 일본 학자들의 벼농사 한반도 전파설을 반증하는 증거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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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핀 조명 아래 고고하게 서 있는 유물이 그 자리에 가기까지 수많은 이의 분투가 자리한다. 때론 정치적 입김에 따라 서둘러 발굴하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하고, 때론 ‘볼거리가 될 만한’ 유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박한 예산과 촉박한 시간에 쫓겨 발굴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남긴다.
저자는 “거대한 성벽부터 좁쌀만 한 유물까지 그 크기와 종류는 각양각색이지만, 이를 대하는 고고학자들의 마음가짐은 모두 진지함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며 “유물을 통해 밝힌 당시 생활상을 보면 유물이 박제된 물건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보를 캐는 사람들=김상운 지음. 글항아리 펴냄. 364쪽/1만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