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탈중국 러시로 대목 맞은 곳들은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5.2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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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세 여파로 제조시설 탈중국 추세 가속…생산시설 이전 돕는 물류회사 매출 급증

미중 무역전쟁·탈중국 러시로 대목 맞은 곳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는 가운데 의외의 수혜자들도 나오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간의 생산 시설 이전을 돕는 물류 회사들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고관세가 중국 내 제조시설의 해외 이전을 가속화시키면서 국경간 사업을 하는 물류회사들이 대목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가 전날 브리핑에서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이 제3국으로 떠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지만 현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더 가까운 셈이다.



중국 내 인건비 상승과 환경 규제 등으로 더 싼 생산거점을 찾아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최근 수년새 늘어났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향 중국 제품에 25%의 고관세가 매겨지면서 이른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이런 속에서 국경간 사업을 물류 회사들은 중국의 산업 중심지에서 이웃 국가들의 새로운 산업 단지로 이전하는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광저우에 소재한 물류회사 R&T운수를 운영하는 에릭 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 회사는 보석, 전자제품, 인쇄 등 10개 제조 기업이 공장 전체를 이전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면서 "다시 말해, 이 10개 기업은 완전히 중국에서 철수했다"고 말했다. 또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에 새로 건설된 공장에 최소 500개 기업이 원자재와 장비 뿐 아니라 부분적인 생산 라인을 이전하는 것도 도왔다"고 그는 덧붙였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대결이 격화된 이후에는 탈중국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수위린 베트남 주재 대만상공회의소 회장은 "많은 제조업체들이 깜짝 놀라 허둥지둥 중국을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심각하게 악화된 무역전쟁에 미리 대비하지 못해 대만이나 베트남으로 긴급히 이주하는 기업들이 많다"면서 "지난 2주간 상황이 급변했다"고 설명했다. 수 회장은 "국경간 물류 서비스, 대규모 제조장비 이전, 통관 관리 등을 할 수 있는 물류기업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고 했다.

R&T운수의 에릭 황은 지난 1년간은 동남아 국가에서 건설되고 있는 생산 시설이 중국에 남겨진 공장보다 더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 지어지는 공장의 건물 크기와 근로자수가 중국의 이전 공장들에 비해 같거나 더 크다"면서 "중국의 생산 능력을 대체하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광시성에 본사를 둔 물류회사인 OTL은 그동안 300개의 제조업체들이 일부 생산 라인과 원자재, 장비 등을 동남아 지역에 새로 건설한 공장으로 이전하는 것을 도왔다. 이 회사의 림키안멍 부총괄매니저는 "중소기업들은 종종 고객인 더 큰 제조업체를 따라 베트남으로 진출하고 있다"면서 "'클러스터화'가 주로 구매자를 중심으로 공급 생태계가 생겨난다는 점에서 이 경우 더욱 빠른 속도로 탈중국이 일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OTL 업무의 약 80%가 중국과 동남아 간의 부품, 원자재, 반제품, 완제품 운송이라고 덧붙였다. OTL은 현재 45피트(13.7미터) 컨테이너를 싣을 수 있는 500대의 화물 트럭과 1000 명 이상의 화물기사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과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라오스, 캄포디아 등 6개 동남아시아 국가를 오가며 영업을 한다. 림 매니저는 "지난해 OTL의 주요 고객은 첨단 정밀전자제품, 의류 및 신발류, 태양광전지판, 모바일 스크린 등을 제조하는 중국 기업들이었다"면서 "앞으로 수년동안 연간 최소 20%까지 이런 국경간 물류 비즈니스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은 "회사가 중국과 동남아 국가 간 물류 사업을 시작한 2011년 연 매출액이 약 3000만 위안(52억 원)이었는데 지난해 1억5000만 위안(258억원)을 기록했다"면서"올해 매출은 지난해의 두배인 3억 위안(517억원)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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