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중국만 팬다…관세폭탄 화력 집중하는 트럼프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이상배 특파원, 김성은 기자, 김수현 기자, 정한결 기자, 강기준 기자 2019.05.1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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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中 겨냥 정보보호 국가비상사태 선언
美 상무부는 화웨이 블랙리스트 지정
EU·日 등 수입 車 관세 6개월 유예
캐나다·멕시코 철강 관세 폐기 추진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역사협회 만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역사협회 만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으로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합의 직전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 다른 나라와의 확전은 피하면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협상 불발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對中 전방위 압박 나선 美=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정보통신 산업을 보고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거래를 금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정보통신 기술 인프라와 서비스를 점점 더 취약하게 만드는 외국의 적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일을 할 것이라고 분명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특정 국가나 기업을 콕 집어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외신은 화웨이와 중싱퉁쉰(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를 겨냥한 조처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 상무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명단(Entity List)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 명단에 오른 외국 기업은 미국 기업과 거래할 때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앞서 미 의회가 지난해 8월 정부기관이 화웨이와 ZTE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민간 부문에서도 사실상 중국 통신장비 사용이 어렵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차세대 통신 규격인 '5G(세대)' 네트워크를 둘러싼 미·중 패권 다툼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했다.

미국을 뜻하는 'USA' 글자와 성조기가 새겨진 옷을 입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든 중국 어린이. /사진=로이터미국을 뜻하는 'USA' 글자와 성조기가 새겨진 옷을 입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든 중국 어린이. /사진=로이터
◆미중 협상은 지속=미국과 중국이 협상의 끈을 완전히 놓치는 않았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SAC) 청문회에 출석해 "가까운 시일 내 베이징으로 가서 논의를 계속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는 아직 할 일이 많고,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또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무역협상은 건설적이었다"고 했다.

므누신 장관은 "다음 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베이징 협상의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중 양국은 지난 9일~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였지만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협상 직후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중국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므누신 장관을 베이징으로 초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EU·캐나다 등에는 유화 기조=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에는 유화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EU와 일본에 대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최장 6개월 미룰 계획"이라며 "캐나다, 멕시코, 한국산 자동차는 새로운 관세에서 면제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월 미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 자동차와 부품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인지 여부를 판단한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 제출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 제출 후 90일째인 오는 18일까지 외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25% 등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주요 대미 자동차 수출지역인 일본, EU(유럽연합)와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동차 관련 관세 결정을 연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EU와의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자동차 관세 문제를 지렛대로 활용하거나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집중하려는 목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이날 캐나다의 크리스티나 프릴랜드 외교장관과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 조처를 중단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캐나다, 멕시코와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새 무역협정 'USMCA'를 마련했지만, 아직 각국 의회 비준을 받지 못했다. 미국이 외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부과한 25%, 10%의 추가 관세가 발목을 잡아서다.

미 경제방송 CNBC는 백악관과 접촉한 한 공화당 상원의원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USMCA 발효를 위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폐기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올해가 미중 수교 40주년임을 알리는 표지판. /사진=로이터올해가 미중 수교 40주년임을 알리는 표지판. /사진=로이터
◆"협상 결렬 우리 책임 아냐" 中 반발=중국은 미국의 공세 강화에 즉각 반발했다. 일각서 제기되는 최근 미중 고위급 협상의 결렬 책임이 중국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력히 부인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 측이 협상 결렬을 책임을 중국에 돌리며, 중국이 말을 바꿨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중국은 지난 1년간 최대한의 성의로 협상에 임했다. 사실을 왜곡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전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작성된 150페이지에 달하는 합의문 초안을 105페이지로 수정·축소한 뒤 일방적으로 미국에 보냈다고 한다.

관영 환구시보도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과 관련, "국가 역량을 남용하는 것은 불명예스럽고 공정하지도 않다"는 전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말을 인용해 비난했다.

중국은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하는 조처도 조용히 진행 중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미중 고위급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위안/달러 기준환율을 15%나 올렸다. 그만큼 위안화 가치를 내린 것이다.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도 지난달 1조1200억달러로 한 달 전보다 104억달러 감소했다. 월간 기준 2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미 국채는 중국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큰 경제 무기 중 하나로 평가된다. 중국이 대거 미 국채를 매도하면 국채 가격이 폭락하고 금리는 올라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충격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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