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압박하러 오는 트럼프, 잔치 준비하는 아베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5.2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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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8일 트럼프 방일, 트럼프는 농산물 개방·車 등 무역 압박 준비…7월 선거 앞둔 아베는 '우정' 과시 원해

/사진=로이터통신./사진=로이터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동상이몽 중이다. 이번주 일본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를 무기로 무역협상 압박 전략을 들고올 태세인데, 아베 총리는 성대한 환영식으로 우정을 과시하려 한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는 25~28일 방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목표는 미일 무역협상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방일 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농산물 시장 조기 개방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실무진 무역협상에서도 일본의 농산물 시장 개방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오는 24일부터는 일본에서 고위급 무역협상도 릴레이로 펼쳐진다.



일본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체결하기 전인 지난해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발효하면서 유럽과 다른 나라들에만 농산물 관세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게 미국측의 가장 큰 불만이다. 일본은 현 38.5%인 소고기 관세를 TPP 가입국에게는 향후 16년간 9%까지 낮출 계획이다. 미국은 이 때문에 미국산 소고기 등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까 우려한다.

윌리엄 해거티 주일 미국대사는 WSJ에 "미국은 TPP 가입국과 최소 동등한 관세 혜택을 받길 원한다"면서 "미국과의 무역협상전에 이러한 협정이 먼저 발효되면서 (트럼프)대통령은 이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농산물 관세를 낮추는 대신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것도 미국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엔 수입산 자동차 관세 부과를 6개월 연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유럽와 일본산 자동차를 콕 찝어 "미국 안보의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이렇게 양국간 이견차가 크기 때문에 오는 27일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당장 무역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만나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새로운 무역협정 서명은 일단 미루고, 다음달 일본에서 열리는 G20 회의 때 서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르게 아베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을 '강력한 우정'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아베 총리는 오는 26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을 앞두고 6시간씩 골프 연습 삼매경이다. 이번 골프 외교자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맞춰 프로골퍼까지 초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날 예정된 일본의 전통씨름인 스모 관전을 위해선 트럼프 전용 특별의자까지 준비하고 있다. 스모는 전통적으로 방석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관전하는데 양반다리가 어색한 트럼프 대통령을 배려해 관례마저 깨기로 한 것이다.


이밖에 도쿄의 랜드마크인 스카이트리에는 성조기를 상징하는 3가지 색의 조명이 켜지고, 28일엔 두 정상이 일본 해상 자위대의 호위함에도 동반 승선한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를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겠다는 구상이다.

아베 총리가 최고의 '오모테나시(일본식 접대)'를 준비하는 건 올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무역협상 등 갈등 요소는 선거 이후로 미루고, 미일 동맹을 과시해 자신의 외교정책을 선거전에 홍보하기 위해서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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