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YD 투자한 버크셔, "미중 무역분쟁에도 서로 윈윈 결과 나올 것"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9.05.2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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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2019년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미중 무역전쟁 질문 받은 찰리 멍거 부회장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중국 주식투자자들에게 찰리 멍거(95)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워런 버핏(88)만큼 유명한 인물이다. 주식투자자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멍거리즘(Mungerism, 멍거식 사고방식·격언)을 좋아하고 배우고 싶어 한다.

멍거는 중국과 인연이 깊다. 천안문 사건에 참여했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헤지펀드 투자자 리 루(Li Lu)와는 멘토이자 친구로 알려졌다. 리 루는 2008년 멍거에게 중국 전기차업체인 BYD를 소개했고 버크셔해서웨이는 BYD의 지분 약 10%를 2억3000만 달러(약 2700억원)에 인수했다. BYD 주가는 10 배 넘게 오른 적도 있으며, 현재 약 5~6배 오른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멍거와 리 루와의 인연 때문에 찰리 멍거가 직접 출판한 유일한 책인 ‘가난한 찰리의 연감’도 중국어 번역본만 출판됐다.(☞관련기사: 2조 억만장자가 말하는 '가난한 찰리'의 투자철학)

중국에서 ‘가난한 찰리의 연감’을 내놓은 출판사 관계자와 리 루가 지난 4일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 때에 멍거와 대담을 했다. 여기서 오고간 재밌는 얘기들을 살펴보자.



◇멍거가 본 미중 무역전쟁 배경과 전망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멍거는 미국과 중국이 분쟁에 휩싸인다면, 이는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생각해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버핏도 “중국은 큰 시장이며 버크셔는 큰 시장을 좋아한다”고 보탰다.

대담에서 중국 출판사 관계자가 던진 첫 번째 질문은 중국 전망을 좋게 보는 이유가 중국이 누리는 비교우위 때문인지, 그리고 ‘가난한 찰리의 연감’에서 말한 것처럼 미중 교역을 통해 중국이 더 큰 혜택을 누릴 것인지 여부였다.

이에 멍거는 "두 나라가 있는데, 한 나라는 아주 발달한 국가로 뛰어난 기술과 산업을 가지고 있고, 다른 한 나라는 뛰어난 인재를 많이 가졌지만 산업혁명을 경험하지 못해 세계적인 영향력이 없다"고 운을 띄웠다. 그리고 “이 두 나라가 무역을 할 경우, 두 나라가 모두 혜택을 볼 것이고 이게 바로 윈윈 구조다. 하지만 낙후된 나라가 더 빨리 발전할 것이고 앞서가는 나라는 자기 국민이 일자리를 잃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게 바로 트럼트 미국 대통령과 다른 미국 정치인들이 중국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된 이유다”라고 미중 무역분쟁 배경을 설명했다.


멍거는 “중국 이전에 일본이 먼저 초고속 성장기를 거쳤고 당시 일본이 미국에 수많은 자동차를 수출해서 미국의 자동차공장들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미국은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트럭 수입 제한 등 수많은 보호무역조치를 채택했다”며 "하지만 이런 조치가 일본 자동차 산업을 무너뜨리지 못했고, 중국이 직면한 상황도 비슷하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두 나라가 국제무역을 진행한 자연스런 결과라는 얘기다.

리 루도 한 마디 보탰는데 "미국은 트럭 수입에 대해서만 보호무역조치를 취했으며 다른 자동차는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미국 자동차 산업은 트럭 특히 픽업트럭이 발달할 수 있었고 일본이 만든 승용차도 미국에 계속 수입될 수 있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리 루는 “이게 미국과 일본, 두 나라의 게임을 거쳐서 나온 윈윈 결과이며 향후 중국 역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트 정부가 전면적인 화웨이 금수조치를 내린 지금, 과연 미중 양국 산업이 상호보완적인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양국이 무역을 완전히 중단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실현될 수 있는 구조다.

◇중국도 문제가 있지만, 안정적인 성장 유지할 것
중국 출판사 관계자는 ‘가난한 찰리의 연감’ 출판 후 수많은 중국 독자들이 투자 뿐 아니라 멍거의 사고방식을 공부하기 위해 책을 구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에는 여전히 이성적인 사고가 부족한 사람이 많으며 특히 하나의 전문분야 속에 갇힌 사람이 많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멍거도 “중국인의 사고구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풍수 같은 운을 믿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중국 출판사 관계자의 말에 동조했다. 또한 관료주의 역시 중국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리고 리콴유의 싱가포르를 예로 들며 “리콴유가 만든 체제는 관료주의가 극소화됐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중국은 관료주의가 매우 강한 나라임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멍거는 “중국은 강력한 힘을 가진 중앙정부가 있었고 싱가포르 모델을 배워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경제가 후퇴하도록 방치하거나 인도처럼 혼란에 빠지지 않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큰 틀에서 볼 때, 멍거는 중국 정부가 큰 혼란 없이 중국을 경영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인터뷰 도중 멍거는 미국과 중국이 우호로운 관계를 지속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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