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부터 4번째 창업한 '7전8기형 창업가'… '고객'에서 답(答)을 찾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05.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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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최시원 조이코퍼레이션 대표

최시원 조이코퍼레이션 대표. /사진제공=조이코퍼레이션.최시원 조이코퍼레이션 대표. /사진제공=조이코퍼레이션.


“네가 한 번 만들어볼래?”

최시원 조이코퍼레이션 대표(사진·34)를 창업가의 길로 이끈 아버지의 한마디다. 비디오대리점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제안으로 관리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당시 최 대표 나이는 13살, 초등학교 6학년 때다. 컴퓨터학원에 다닌 지 3개월 만이었다. 최 대표는 “아버지 소개로 개발자를 만나 비디오대리점 프로그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깨달았다”며 “당시 프로그램 개발 언어였던 ‘클리퍼’ 관련 서적 10여권을 모두 사서 참고했다”고 말했다.

개발기간 2년 반, 1999년 프로그램을 내놨다. 첫 달 매출이 3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대리점주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이다. 기존 프로그램이 ‘Y2K 버그’로 2000년에 각종 오류에 휩싸인 반사효과도 톡톡히 봤다. 하지만 최 대표는 고객이자 동업자였던 아버지의 병환 때문에 제품 출시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최 대표는 “어린 나이에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며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 그는 게임으로 2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최 대표는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와 공동창업자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캐주얼 장르의 온라인게임을 개발했다. 1년 가까이 게임을 개발했으나 출시도 못한 채 접었다. 최 대표는 “첫 창업과 달리 다른 사람들과 협업해야 했는데, 쉽지 않았던 것 같다”며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이후 최 대표는 2010년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광고 공유 아이디어를 앞세워 애드바이미를 공동창업했다. 결과는 또다시 실패였다. SNS에 광고를 공유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국내와 일본, 미국에서 호평받았다. 하지만 트위터 성장세가 한계에 다다르고, 페이스북이 서비스를 차단하면서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2014년 조이코퍼레이션 창업은 절박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재창업에 나선 최 대표와 애드바이미 잔류 직원들의 목표는 ‘생존’이었다. 최 대표는 애드바이미에서 갈고 닦은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활용, 오프라인 매장 분석 솔루션 ‘워크인사이트’를 출시했다. 자체 개발 센서 ‘조이스퀘어’로 매장 앞 유동인구, 방문자 수, 체류시간, 이동경로 등 다양한 오프라인 고객 정보를 수집한다. 삼성전자, KT, 롯데백화점, 일본 통신사 KDDI 등 대기업 고객사를 확보, 20개국 2700여곳 매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최 대표는 워크인사이트 매출의 급성장에도 부족함을 느꼈다. 대기업, 오프라인 서비스 특성상 고객사 이해와 영업기간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으로 성장하겠단 목표 달성을 위해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채널톡이다. 2017년 초 출시한 채널톡은 온라인 채팅 상담 솔루션이다. 누구나 손쉽게 웹사이트, 앱에 실시간 고객 응대가 가능한 채팅 서비스를 붙일 수 있다. 챗봇(채팅로봇) 기술로 회원가입 및 구매 유도, 질의응답, 불만 대응 등 다양한 고객 대응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개발 배경은 이렇다. 최 대표는 “회사 내부에서 겪은 충격적인 경험 덕분에 탄생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고객사에서 온라인 채팅을 통해 질문을 던졌는데 그 누구도 답변을 하지 않았던 것. 담당자가 없던 점도 문제였지만, 직원들이 고객과 대화 자체를 꺼리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최 대표는 “어떻게 하면 고객과 대화를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며 “채널톡은 고객에 대한 부담, 두려움을 없애는 우리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채널톡 출시로 대기업, 오프라인에서 중소·중견기업, 온라인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현재 채널톡 고객사는 1만3000여곳으로 국내 B2B(기업 간 거래) 채팅 솔루션 중 가장 많다. 최 대표는 “채널톡의 가치는 쉽고 싼 서비스”라며 “복잡하고 비싸지 않도록 늘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예비창업자들에게 전한 조언의 핵심 키워드 역시 고객이다. 그는 “고객사 대표들을 만날 때마다 ‘지난 주에 몇 명의 고객을 만났나?’라고 묻는다”며 “대부분 대답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업 초기 가장 큰 실수는 고객을 만나지 않고 기술, 서비스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이라며 “고객을 만나 뭘 원하는지 끊임없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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