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갈등 부추기는 부동산정책은 이제 그만

머니투데이 홍정표 부장 2019.05.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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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치·경제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정책이 갈등만 야기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현 정부의 과거 10여 차례 부동산정책이 계층간 대결을 프레임으로 했다면 최근에는 지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발표되는 정책이 집값과 주거안정을 위한 것이라지만 현안 해결 방안보다 미봉책에 그칠 것 같다.
 
이달 초 확정된 3기 신도시 후보지와 관련해 수도권 곳곳에 잡음이 일고 있다. 교통환경과 입지 등이 3기 신도시보다 못한 2기 신도시 및 인근 지역 주민들이 주택 공급 증가로 지역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추가 집값 하락이 예상되자 집단행동에 나섰다.
 
정부는 서울 집값 하향 안정을 위해 수도권 신도시 조성의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반발하며 서울 집값은 서울 내 공급확대로 해결하라고 주장한다. 지역 주민의 반발에도 정부가 의도한 서울 집값 안정화가 이뤄지면 다행이나 미지수다. 지역별 편차가 큰 부동산시장 특성상 신도시 조성이 서울 집값 안정에 기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여서다.
 
시장에선 서울(특히 강남권)엔 더이상 공급이 어렵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받아들이고 신도시 조성 여파가 전국으로 확대돼 수도권 집중화만 가속할 것으로 본다. 30만가구에 달하는 수도권 신도시 조성으로 10년 넘게 추진한 지역 균형발전정책이 무색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반산업 몰락,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의 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공동주택 1339만가구의 올해 공시가격(안)을 발표하면서 전체 2.1%를 차지하는 시세 12억원 이상 고가주택만 현실화율(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높였다. 극소수 고가 주택을 제외한 대부분은 공시가격 인상률이 전년 수준인 5.32%에 그쳐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전체 공동주택의 91.1%를 차지하는 시세 6억원 이하 주택은 공시가격 인상률이 평균 이하라고 했다.
 
불공정을 바로잡는 것이라지만 고가주택 공시가격만 인위적으로 올린 것은 형평성 논란을 불렀고 12억원을 기준으로 여론이 양분됐다. 공시가격 조정을 요구한 경우 일부 의견을 반영했지만 아직도 해당 금액이 기준인 이유를 아는 이는 적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납부하는 것은 사회 발전과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편을 가르는 것은 문제다.
 
집은 거주공간이자 유망 투자처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다. 부동산시장 참여자의 큰 축인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끊임없는 갈등을 유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갈등을 해결할 목적으로 규제 대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이때마다 사회적 약자인 실수요자들을 위해 부동산이 주거공간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규제 발표 이후 다시 가격이 뛰는 경우가 많다. 시장 참여자들이 현재와 같은 상황을 유지할 것이란 전제에서 출발해 앞을 내다본 정책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 등 주요 지역 집값의 폭등이 반복되는 건 절대공급량이 부족해서 아니라 필요한 곳에 공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주택은 공급량이 100% 넘어 충분하다고 해놓고 신도시 조성을 발표한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다.
 
신도시 조성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선 서울, 그것도 강남과 같은 주요 지역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용적률 상향으로 콤팩트시티화를 추진하고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서울 집값 때문에 얼마나 더 많은 갈등과 박탈감이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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