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생산거점인 코오롱생명과학 (22,300원 ▲450 +2.06%) 충주공장을 찾아 한 말이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참모진의 반대에도 19년간 인보사 개발을 밀어붙여 양산을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이날 이 전회장은 “내 인생의 3분의1을 투자했다”며 인보사를 필생의 역작으로 꼽기도 했다.
이런 인보사가 성분변경 은폐 의혹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코오롱생명과학과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 (12,550원 ▲200 +1.62%)(티슈진)이 인보사의 핵심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최소 2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나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달 초 공시를 통해 “2017년 3월 티슈진의 위탁생산업체가 유전학적 계통검사를 진행한 결과 인보사 2액이 293세포라는 것을 확인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에야 허가받은 연골세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는 당초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마저도 인보사 기술수출계약 취소를 놓고 소송 중인 일본 미쓰비시다나베가 성분변경을 계약해지 사유로 추가하면서 드러났다.
특히 티슈진이 인보사의 성분변경을 확인한 시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기 불과 4개월 전이었다. 모든 정보를 정확히 꿰고 있어야 할 민감한 시기에, 성패를 가를 민감한 내용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첨단의학은커녕 일반 상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시 성분변경 사실이 알려졌다면 인보사 출시는 물론 기술수출, 미국 임상시험도 무산됐을 게 뻔하다. 시판 허가를 앞두고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이미 ‘제2의 황우석 사태’에 빗댄다.
“금수저를 내려놓고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지난해 말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이 전회장의 ‘용퇴선언’도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인보사 사태가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라 보고 책임회피를 위해 미리 신변을 정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전회장이 퇴진하면서 일반 직장인과 다른 셈법으로 퇴직금만 400억원 넘게 챙긴 것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도 곱지 않다.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 전회장은 여전히 그룹의 총수이자 최대주주다. 그룹의 실질적 지배력을 보유한 오너가 대외적으로 퇴진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과거 책임까지 면피되는 것은 아니다. 인보사의 아버지로서, 그룹의 총수이자 최대주주로서 세간의 의혹에 침묵하지 말고 답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과 그룹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용퇴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스스로 밝힐 수 없는 ‘대국민 사기극’이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