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전 회장 향하는 '인보사 파문' 3가지 의문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9.05.1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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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사실 몰랐다" 티슈진 직원 개인의 일탈?
-코오롱생명과학, 이미 인보사 오류문건 보유
-이우석 대표, 보고 못 받고 보고도 안했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이 2017년 충주공장에서 '인보사' 사업보고서를 받은 날짜인 '981103'을 적은 보드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제공=코오롱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이 2017년 충주공장에서 '인보사' 사업보고서를 받은 날짜인 '981103'을 적은 보드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제공=코오롱


2017년 4월 코오롱그룹 이웅열 전 회장이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을 찾아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의미를 적는 이벤트에 참여해 '981103' 숫자를 쓴 칠판을 들어 보였다. 1998년 11월3일. 이 전 회장이 인보사 개발을 결정한 날이다.



그날 이 전 회장은 직원들에게 "인보사 성공과 코오롱의 미래를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인보사 성분이 뒤바뀐 사실이 드러나고 처방이 중단된 지 한 달 보름이 지나도록 침묵하고 있다.

세간의 시선이 이웅렬 전 회장으로 향해가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인보사 실체를 전혀 몰랐느냐는 것이다. 몰랐다고 보기에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①2년 전 부실보고, 개인의 일탈? =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달 초 공시를 통해 미쓰비시에 의해 티슈진이 2017년 3월 인보사 2액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만 해도 티슈진의 한 직원의 부실보고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액의 정체를 소수 특정인이 아닌 티슈진 내 다수 연구개발(R&D) 직원들이 이미 알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그룹 한 관계자는 "현재 여러 관계자들과 면담과 함께 그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보고서 등을 세세히 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수 직원들이 알고 있던 사실을 티슈진 경영총괄인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나 연구개발 총괄인 노문종 대표가 몰랐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이런 중대한 사실을 전문경영인들이 총수에게 보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은폐를 시도했을 거라는 추측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②티슈진은 알고 코오롱생과는 몰랐다? = 코오롱조차 몰랐다던 2액의 정체를 미쓰비시는 어떻게 알았을까. 미쓰비시는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 제공 받은 자료에서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미쓰비시에 기술을 수출한 건 코오롱생명과학이었다. 인보사 글로벌 판권은 원래 티슈진 것이었는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판권만 코오롱생명과학이 얻어냈다. 그 중 일본 시장을 미쓰비시에 넘긴 것이다. 2016년 11월 일이다.

미쓰비시에 인보사 관련 사항을 넘긴 건 코오롱생명과학일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이미 티슈진이 2017년 3월 파악한 정보, 다시 말해 2액이 뒤바뀐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뜻도 된다. 이는 이우석 대표의 진실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 증거로 작용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그러면서 미쓰비시와 공유된 자료에서 2액의 진실이 그토록 중대한 사안이라는 걸 몰랐다고 주장한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당시는 누구도 2액 세포가 뒤바뀐 것 자체를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었고 이게 어떤 의미인지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이 말을 존중한다고 해도 얼마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주성분 확인시험에서 나온 결과(2액 정체)의 의미를 금방 알아차렸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년 전에는 몰랐던 의미를 지금은 제대로 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③중대 사태에도 CEO는 '무풍지대'? = 지금까지 코오롱그룹의 주장대로라면 인보사 사태에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다. 굳이 책임소재를 따지자면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티슈진의 소수 직원들이 전부다.

이우석 대표의 경우 티슈진 CEO면서 △중대 사안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할 정도로 조직운영을 엉성하게 해왔거나 △보고를 받고서도 일을 바로잡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에 속한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고려했을 때 어떤 경우든 그룹 내에서 모종의 조치가 취해졌을 거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 견해다.

재계 일부에서는 이 대표가 이 전 회장에게 인보사 진실을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대표가 인사 대상이 될만한 사유에도 불구하고 온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사태의 진앙지인 티슈진 지분 17.8%를 보유 중이다.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은 27.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전 회장은 또 코오롱 지분 49.7%를 통해 티슈진을 포함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인보사 오류가 코오롱 경영진에게 보고됐다면 이 전 회장이 이번 사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의미한다"며 "바꿔 말하면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어야 이 전 회장에게 책임이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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