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를 상징하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실패했을까. 소주성은 왜 나왔고, 목표는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논문이라고 알려진 홍장표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의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 변동이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 임금주도 성장모델의 적용 가능성’(2014)을 살펴보자.
지난해 민간 소비 증가율은 2.8%로, 2011년(2.9%) 이후 가장 높았다. 실질 GDP(국내총생산) 증가율 2.7%를 앞질렀다. 정부 정책의 결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직 공식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소비가 우리 경제를 떠받쳤다는 걸 알 수 있다. 작년 수출이 4.0% 늘고, 수입은 1.5% 증가한 것을 보면 소비 증가가 순수출에 부정적인 효과를 유발하지도 않았다. 작년 설비투자는 1.7% 줄었지만, 2017년 이례적으로 14.6% 증가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지, 자본 몫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이같은 GDP 데이터를 놓고 보면 논문 내용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문제의 이유 역시 홍장표 위원장의 논문에 힌트가 있다. 그는 '실질임금 상승은 노동절약적 기술진보와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으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논문이 언급한 임금주도성장의 부(副)작용 역시 현실화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논문은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현실화, 자영업자 경영안정, 자본소득세와 복지제도 강화 등 다양한 정책 조합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실질소득을 늘리는 '임금주도성장'정책을 재언급한 게 대부분이다. 이번 정부에서 그런 정책이 시행됐지만 그런 이유로 효과에는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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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모든 부정적인 경제현상을 소주성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소주성은 대외여건이 불안한 요즘 소비를 끌어내 경기를 방어하기에는 제격이다. 반면 '소주성은 죄가 없다'거나 '소주성으로 경제체력이 바뀌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다'라는 인식도 현실감각이 없다.
소주성은 성장 정책이지, 고용정책이나 분배정책은 아니다. 노동 몫을 늘리는 것 자체로 고용이 늘지도, 분배가 개선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반(反)고용 반(反)분배' 정책일 수도 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고용 안전망을 강화한 만큼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는 대신 창업에 나설 수 있게 보다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정부가 주저하는 만큼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은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