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성·안정성 따져 해외공항 개발사업 직접 참여… '같은 방향성, 지역은 따로'
- 인천공항공사, 연내 쿠웨이트공항 2터미널 수주 기대… "제2중동 붐 일으킨다"
- 한국공항공사, 에콰도르 만타공항 통해 국내기업 첫 해외공항 직접 운영 개척
공항 관련 국내 양대 공공기관인 한국공항공사(KAC)와 인천국제공항공사(IIAC)가 해외공항 운영권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 해외공항 운영권은 수익구조 다변화를 꾀할 수 있는 사업으로, 각각 보유하고 있는 선진화 기술과 노하우를 수출하면서 그만큼 위상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처럼 해외 진출에 대한 방향성은 큰 차이가 없지만, 지역은 각기 다른 곳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사업성은 따져보되, 같은 지역에서의 경쟁은 비효율적이란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쿠웨이트공항 4터미널 위탁운영사업 입찰에서 프랑스 ADP, 독일 프라포트, 터키 TAV, 아일랜드 더블린공항공사 등 세계 유수의 공항 운영사들을 제치며 해외사업 진출과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지역은 중동. 대부분 정부 차원에서 관리해 온 중동 각국 공항의 경우 최근 민영화를 추진하는 분위기여서 노크해 볼 만하다는 평가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카타르·오만·바레인 등 6개국이 결성한 '걸프협력회의'(GCC)의 경우 한 나라에만 법인을 세워도 나머지 국가에서 동일한 지위로 영업을 할 수 있는 만큼 영업망 구축이 편리하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오른쪽)이 지난 3일(현지시각) 쿠웨이트공항 제4터미널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왼쪽), 유세프 알포잔 쿠웨이트 민간항공청 부청장 등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4월 22일 1500여억 원 규모의 쿠웨이트공항 4터미널 위탁운영사업을 수주, 같은 해 12월 9일 그랜드 오픈한 데 이어 올 연말로 예정된 2터미널 위탁운영사업 추가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공항공사는 쿠웨이트에서의 추가 수주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레바논 등의 입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쿠웨이트공항의 경우 2022년까지 1단계 공사가 완료될 예정인 2터미널이 올 연말 운영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1단계 연간 여객처리능력은 1300만 명으로, 4터미널(연간 450만 명)보다 세 배 가량 규모가 크다.
2024년까지 2단계 완료 시 연간 여객처리능력이 2500만 명에 이를 2터미널은 2023년 폐쇄 예정인 1·4터미널을 통합, 쿠웨이트공항의 메인 터미널이 된다. 공개경쟁 방식으로 입찰이 이뤄져 세계적인 공항 운영사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일단 현지에선 인천공항공사에 우호적이란 분석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달 초 쿠웨이트를 방문해 사바 국왕, 자베르 총리와 가진 연이은 환담도 인천공항공사의 2터미널 운영권 사업 수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의견이다.
베이루트공항의 경우 확장 개발사업까지 포함돼 있어 상황에 따라선 정부의 예비타당성(이하 예타)을 통해 직접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투자금이 500억 원 이상인 경우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로부터 예타 조사를 받아야 한다.
◆ 한국공항공사 - "남미시장 집중 공략"
한국공항공사는 특히 콜롬비아·페루·에콰도르·볼리비아 등 4개국이 정회원국으로 가입된 '안데스공동체'(CAN) 공항 운영권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미 여러 건의 컨설팅사업을 수행하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와서다.
2011년 콜롬비아항공청으로부터 카리브해 인근 산타마르타, 부카라망가 등 북동부 6개 공항에 대한 운영 컨설팅을 수주하는 등 7년여간 공항 안전과 수익 창출을 비롯해 공항 운영 전반에 대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이는 남미 현지에서 비즈니스 신뢰도를 높였고 2017년 콜롬비아 페레이라에 위치한 마테카냐국제공항 운영 컨설팅 사업을 따내는 등 추가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왼쪽)이 지난 7일(현지시각) 에콰도르 수도 키토 대통령궁에서 오토 소넨홀츠너 부통령에게 현지 5대 공항 중 하나인 만타공항의 30년 공항 운영권 사업에 대한 제안서를 전달했다. 만타공항 운영권 사업 수주에 성공할 경우 한국공항공사는 국내 기업으론 최초로 해외공항의 직접 운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만타공항의 운영권 사업 기간 동안 한국공항공사는 6890여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한국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는 제안서를 통해 현재 국내선 위주로 운영 중인 만타공항이 앞으로 국제공항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활성화 전략을 적용한 중장기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에콰도르 정부도 해외 민간기업의 선진 운영기법 도입과 공항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제안은 한국공항공사가 국내 기업으론 처음으로 해외공항을 직접 운영하는 '컨세션'(concession) 방식이어서 주목된다. 용역 수준의 위탁과는 달리 해당 정부가 기업에 권리를 부여하는 컨세션의 경우 투자와 노선 개발, 면세점 유치를 비롯해 공항 운영 전반을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컨세션 방식으로 계약할 경우 통상 30년 안팎의 기간 동안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선 40~50년 간 운영권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위탁은 운영 수수료가 정해져 있는 반면, 컨세션은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상당수를 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 계약에 따라 해당 정부에는 10~50% 가량 수익 배분을 한다.
프랑스 정부가 최대 주주로 양대 국제공항인 샤르드골과 오를리공항을 운영하고 있는 ADP의 경우 캄보디아공항 3곳을 40년 간 운영하며 매년 매출액대비 60%의 높은 이익을 내고 있다.
20여년 전부터 글로벌 공항 운영시장에 뛰어든 독일 프라포트도 중남미를 위주로 현재 30여곳의 공항 운영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체 수익의 40% 가량이 해외사업을 통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페루 리미공항에서의 수익은 12%를 차지하고 있다.
손창완 공항공사 사장은 "40년 간의 국내 공항 운영 노하우를 감안할 때 컨세션 방식의 해외 진출이 바람직하다"며 "에콰도르공항 운영권 사업을 기반으로 항공사업 발주가 이어지고 있는 페루, 파라과이 등 남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 "동남아 공항 운영권 시장에도 공들인다"
연간 여객처리용량(3100만 명)을 1100만 명이나 초과한 니노이 아키노공항을 대체할 마닐라 신공항은 연간 여객처리용량 1억 명 규모에 여객터미널 8개동과 활주로 4본을 갖춘 초대형 공항으로 설계됐다. 총 사업비는 17조5000억원 규모로, 1단계 사업비만 7조원에 달한다. 최종사업자로 선정되면 앞으로 50년간 신공항 독점 운영권을 갖는다.
인도네시아에선 코모도 관광사업 대신 기존 공항을 확대하는 바탐공항과 주변지역 개발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민간이 투자와 건설, 유지·보수를 맡아 운영하는 '민관합작투자사업'(PPP, Public-Private Partnership) 형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그동안 직접 관리해 오던 기존 방침을 올해부터 바꾸면서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유동완 인천공항공사 해외사업1팀장은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지 정부나 관련 기관, 운영사들과의 네트워크가 좋아 이를 충분히 살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베트남 동나이성 남부지역에 들어설 롱탄국제공항 운영권 사업도 눈여겨보고 있다. 2020년 착공 예정인 롱탄공항 여객터미널은 국내의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지난해 6월 기본설계사로 선정돼 디자인을 제안했다. 총 사업비 약 1조8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2025년 1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연간 2500만 명의 여객처리능력을 갖추게 된다.
한국공항공사 역시 베트남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베트남은 무엇보다 전 세계 공항 가운데 성장세가 가장 빠르다는 게 매력이다.
김선영 한국공항공사 해외사업팀장은 "해외공항 운영권 사업은 무엇보다 수익이 좋아야 하는데, 그만큼 이용객(트래픽)이 예측돼야 한다"며 "중국이나 인도의 경우 가장 수요가 많은 곳이지만, 현지 여건이 좋지 않아 진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비해 베트남은 진출 여건이 나쁘지 않고 이용객 예측도 상대적으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중부유럽과 함께 운영권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