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 합치면 주가 상승? 주식병합 기업 급증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5.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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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수 줄이고 주가 높여 안정화 기대…'부실기업' 주식병합은 투자유의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


주가 관리를 위해 주식을 병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고 병합 비율만큼 주가가 높아져 '싼 주식'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식병합은 주가 부양에 효과가 없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주식병합을 공시한 기업은 SGA (490원 ▲14 +2.94%) 에치에프알 (14,940원 ▼20 -0.13%) 제이스테판 (392원 0.00%) 아리온 (275원 0.00%) 인콘 (458원 ▲1 +0.22%) KD건설 (561원 ▼1 -0.18%) 제이콘텐트리 (13,370원 ▼550 -3.95%) 우정바이오 (1,636원 ▲1 +0.06%) 등 총 8곳이다. 이 중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아리온을 제외한 7곳이 현재 주식병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총 7개 기업이 주식병합을 진행했는데, 올해는 5월에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주식병합은 상장 주식을 일정 비율로 합치고 그 비율만큼 주가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액면가 100원인 주식 5주를 1주로 합치면 액면가는 500원이 되고 주가도 5배 높아진다. 대신 유통 주식 수는 5분의 1로 줄어든다. 주식을 쪼개 가격을 낮추는 액면분할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유통 주식 수가 많고 주가가 싸 주식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주식을 병합할 수 있다. 병합 비율만큼 주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동전주'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을 수 있다. 주식병합을 진행 중인 KD건설(99원) SGA(532원) 제이스테판(173원)의 주가는 1000원 미만이다. 인콘(1200원) 우정바이오(2865원) 제이콘텐트리(5140원)도 주가가 저렴하다.



물론 주식만 합친다고 주가 부양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병합 비율만큼 주가를 높이고 주식 수를 줄이기 때문에 전체 자본규모는 변하지 않는다. 주가에 영향을 주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그대로라는 의미다.

일부 기업들은 부진한 실적을 주식병합으로 포장해 주가 부양을 노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주식을 합친 뒤에도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지투하이소닉 (4,625원 ▲5 +0.11%)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201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주식병합을 공시했지만 병합 절차 진행을 위한 거래정지 전까지 25% 하락했고, 거래재개 뒤에는 한 달 간 51.6% 떨어졌다. 결국 올해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로 현재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해 주식을 병합한 7개 기업 모두 병합 이후 주가가 하락했다. 크루셜텍 (90원 ▼160 -64.00%) 주가는 주식병합 이후 한달 동안 30.2% 떨어졌고 현재는 71% 하락한 상태다. 다른 종목들도 현재까지 27~73%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을 합치면 주가가 높아져 수익률이 나아진 것 같은 착시효과가 나타난다"며 "하지만 실적이 안 좋은 기업은 주식병합 이후에도 하락이 지속되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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