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제통' 지성규의 '묘수'…국가별 산업한도 둔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9.05.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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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별 대출한도, 국가별로 세분화…지성규 행장 아이디어서 출발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 사진제공=KEB하나은행지성규 KEB하나은행장 / 사진제공=KEB하나은행


KEB하나은행이 국가별 산업별 대출한도를 두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부분 은행들이 산업별로는 대출한도를 관리하고 있으나 이를 국가별로 확장한 사례는 처음이다. ‘국제통’인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의 아이디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글로벌 지역을 미주, 유럽, 아시아로 구분하고 산업별로 대출 한도를 설정키로 했다. 대부분 은행은 산업별로 대출한도를 두고 있으나 이를 국가단위로 정하지는 않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자동차산업 대출 한도가 4조원이라고 하면 지금까지는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한도 관리를 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내 한도를 2조원으로 하고 아시아권에 1조5000억원, 미주권 5000억원 등으로 나라별로 세분화하는 방식을 검토중이다.

은행들이 산업별로 대출한도를 두는 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향후 업황이 좋지 않은 산업엔 대출을 줄이고 전망이 좋은 산업에 대출을 줄여야 돈을 떼일 위험이 낮아진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3개 이상의 개인사업자대출 관리업종을 선정해 관리하라고 당부한 것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다.



KEB하나은행이 국가별로 대출한도를 두려는 것 역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다. 즉 특정 산업의 전망이 국가별로 다를 가능성에 대처하자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이 하향 안정 추세라도 동남아 지역의 자동차 산업 전망을 밝을 수 있다. 이 경우 유럽이나 미주의 자동차산업 관련 대출 한도는 줄이고 아시아 지역의 한도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전망이 좋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현지화에도 도움이 된다. 대출한도가 늘어날 경우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에만 대출을 해서는 대출 한도를 맞추기 어렵다. 같은 업종의 현지 기업에도 대출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KEB하나은행이 지역별로 대출 심사역을 별도로 두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특히 현지에서 심사역을 뽑아 현지에서 활용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동남아 지역에 자동차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면 동남아 자동차 산업에 대출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라며 “국가별 대출한도는 국내 기업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현지 기업도 포함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가별 산업대출 한도 설정은 ‘국제통’인 지 행장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지 행장은 지난 3월 행장으로 선임되기 이전에 글로벌사업을 담당하는 부행장을 맡아 KEB하나은행의 글로벌 사업을 획기적으로 바꿀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 국가별 산업대출 한도도 당시에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 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디지털과 함께 글로벌을 강조했다. 글로벌 부문의 강화를 위해 글로벌 인재 2000명도 양성한다. 글로벌사업을 키우지 않고서는 2025년까지 글로벌 이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하나금융그룹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글로벌사업 관련해 지 행장 만큼 아이디어를 가진 이는 드물다”며 “행장이 되면서 그의 아이디어가 원동력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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