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육아휴직 줬더니 "둘째 안낳겠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5.11 11:30
글자크기

육아휴직이 오히려 노동강도와 비용 예민하게 인식하게 해…"부부가 함께 육아 참여하게 하는 매개체"

스페인은 2007년 완전 유급으로 '2주 아빠육아휴직제도'를 만들었다. /AFPBBNews=뉴스1스페인은 2007년 완전 유급으로 '2주 아빠육아휴직제도'를 만들었다. /AFPBBNews=뉴스1


남성에게 주는 육아휴직이 출산율을 높이는 좋은 방법일까. 스페인에서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쿼츠는 최근 '공공경제학 저널(Journal of Public Economics)'에 실린 연구결과를 인용해 남성에 주는 육아휴직이 부부가 아이를 더 낳게 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페인에서 부부가 모두 육아휴직을 가진 경우, 여성만 육아휴직을 가진 부부보다 앞으로 아이를 더 가지겠다고 답한 비율이 7~15% 더 낮았다.



실제로 스페인에서 남성 육아휴직이 도입된 2007년 이후 21~40세 스페인 남성은 그 전보다 아이를 더 적게 낳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들은 육아휴직이 "남성들로 하여금 육아와 관련된 노력과 비용을 더 예민하게 인식하게 만들었다"며 "자녀의 수보다는 한명이라도 잘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여성은 남성 육아휴직 도입 이후 더 많은 아이를 낳고 싶어했다. 남성 육아휴직이 도입된 지 3년이 지난 2010년 스페인 여성은 평균 2.11명의 아이를 낳고 싶어했으며 남성(2.05명)이 바라는 자녀 수를 처음으로 뛰어넘었다.



연구진은 "육아휴직을 지낸 남성들이 직장에 돌아간 후에도 아이를 돌보는 일에 더 많이 참여했고 아내도 출산 후 일터에 복귀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며 "단순히 육아휴직이 출산율을 높이는 수단이기보다 부부가 함께 육아에 참여하도록 하는 매개체가 됐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은 2007년 완전 유급으로 '2주 아빠육아휴직제도'를 만들었다. 그 이후 지난해 그 기간을 5주로 늘렸고 2021년까지 아빠 육아휴직기간을 16주로 늘릴 예정이다. 스페인에서는 55%의 남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해 유급 휴가를 부여받고 있다. 이로 인해 스페인에서는 우유를 들고 유모차를 끄는 '라떼파파'라는 단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