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방위비 압박 "美 안 좋아하는 나라 위해 돈 많이 써"

【파나마시티비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파나마시티 비치에서 열린 유세 중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 지도부가 미·중 무역 협상을 깨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올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2019.05.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미국)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라를 위해 방위비를 많이 쓰고 있다'며 한국 등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를 재차 거론하고 나섰다. 한국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등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하는 의견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파나마시티 비치에서 열린 지지자 대상 정치 유세를 통해서 "어느 나라라고 얘기하진 않겠지만, 우리(미국)가 '아주 위험한 영토'(very dangerous territory)를 지키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는 한 나라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방금 우리 쪽 사람들(my people)에게 '그들이 (미군 주둔 비용의) 나머지(the rest)도 내도록 요구하라'고 얘기했다. 그들은 돈을 더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 요구를 더 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 장성들에게 그 나라 방위비로 우리가 얼마나 쓰는지를 물어봤더니 (연간) 50억달러(약 5조8965억원)라고 하더라"며 "그러나 그 나라는 우리에게 5억달러(약 5897억원)만 주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아주 부자이면서 어쩌면 우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라(a country that’s rich as hell, and probably doesn’t like us too much)를 지키느라 45억달러(약 5조3067억원)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유세 발언은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논란을 낳았던 지난달 27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유세 때와 맥락이 거의 비슷하다.

지난달 유세 당시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한국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한 것'이라고 보도했었지만, 이날 연설에 등장하는 '아주 위험한 영토'와 같은 표현에 비춰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주장해온 주한미군 관련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를 거론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올 2월 각료회의 때도 "미국이 한국 방위를 위해 연 50억달러를 쓰는 반면, 한국은 5억달러만 내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각료회의나 이후 유세에서 언급한 방위비 분담금 액수가 실제 한국이 부담하는 금액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평소 즐겨 쓰는 '과장화법'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미 양국은 미군 주둔에 따른 한국의 올해분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전년대비 787억원(8.2%) 인상된 1조389억원으로 합의했으며, 이르면 올 상반기 중 11차 협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