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범죄 등에 따른 임신에 한해 허용해온 낙태 수술에도 의료계에선 인공임신중절 교육이 충분하지 않은 탓이다. 2020년말 처벌조항 폐지 이후 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강원도 소재 모 의대 재학생 홍모씨(32)는 "인공임신중절을 언급한 강의안이 없다"며 "자연유산 시술 등을 참관할 때 교수님으로부터 (인공임신중절에도 쓰이는) 소파술, 흡입술에 대해 짧게 설명 듣고 넘어갈 뿐"이라고 설명했다. 66년 동안 이어온 낙태 처벌 조항으로 인해 현실 의료계에서도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5세 이상 44세 이하 여성 1만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낙태를 경험한 여성 756명 가운데 90.2%가 수술을 받았다. 수술 시기는 평균 6.4주로 임신 초기였다.
임신 12주까지는 WHO(세계보건기구)가 가장 안전한 임신중지 시술로 약물적 방법을 권고하는 시기지만 '임신중절=수술' 공식이 적용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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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임신 주수와 환자 상태에 따라 알맞은 임신중절법을 선택해야 한다"면서도 "(의사가) 충분히 배우지 못한 탓에 더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거나, 필요하지 않음에도 자궁 내벽에 손상을 주는 소파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계에서는 환자 건강권을 우선해 임신중절을 필수 의료서비스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대·간호대·약대 등 수업에 필수 과정에 넣고 기존 산부인과 전문의도 재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소속 산부인과 전문의는 "의대와 전공의의 연차별 교육 과정을 개편해 향후 배출될 산부인과 의료진이 충분히 임신중절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전문의는 "대학병원 교수와 산부인과 학회를 중심으로 '안전한 임신중지 매뉴얼'을 집필하고 연수강좌를 실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문의 재교육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