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체감이 그렇다. 우린 착시를 경험한다. 매주 나오는 여론조사 등을 접하면서다. 급등과 급락, 폭등과 폭락…. 언론은 주간 단위, 경마식 보도를 한다. (머니투데이 더300도 자유롭지는 않다). 하지만 정작 변곡점을 짚지 못한다. 정치와 국정을 하나의 시장으로 본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추세’다. 흐름을 보며 방향성을 읽고 대응법을 찾는 게 수순이다.
적폐 청산, 공정, 개혁의 컨센서스가 존재했다. 엄밀히 말하면 ‘혼재’됐다. 지지층, 기대층 등이 모두 한 데 모였다. 정책, 공약, 요구 등도 뒤섞였다. 인수위원회없이 출발한 정부는 국정 과제를 정리했지만 세밀하게 배치하지 못했다. 식사의 질적 개선을 말했지만 어떤 메뉴를, 어느 끼에 먹을지 정하지 못한 것처럼.
그 다음은 ‘균형’이다. 주식시장에선 ‘보합’이란 표현을 쓴다. 강보합도, 약보합도 아닌 ‘보합’ ‘제자리 걸음’이 6개월째다. 여권은 “아직도 높은 지지율”이라며 자위하고 야당은 “민심이 떠났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아전인수일 뿐이다. 각자 진단에 맞춰 과연 전재산을 걸 수 있을까.
진짜 민심의 무서움은 6개월의 균형, 그 자체다. 한마디로 '묘한 균형점'이다.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를 가진 국민은 ‘지켜본다’. 2년전 촛불을 들었던 국민의 무서운 눈이다. 경제에 실망하고 젠더 이슈에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관망한다. 청와대와 여당 등 여권이 주도권을 놓친 것은 분명하다. 반면 완벽한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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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적으로 ‘하프타임’, 지지율로도 ‘하프’인 이 시점에 문 대통령이 등장한다. 9일로 예정된 생방송 대담에서 정치전문기자와 1대1 인터뷰를 갖는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국내 언론과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2018년과 2019년 1월 신년 기자회견을 한 게 전부다.
2주년 맞이 방송 인터뷰를 애당초 기획한 것은 아니다. 정확히 설명하자는 방향만 정해놨었다고 한다. ‘인터뷰이(interviewee)’의 선택이기에 존중한다. 독점 인터뷰, 대규모 기자회견 등의 형식보다 문 대통령의 생각이 전달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니까.
예상 문제는 다 나와 있다. 취임 2년, 현안은 모두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여야, 북핵, 남북, 외교, 경제, 노동, 사법, 젠더…. 뾰족한 해법이 있는 현안들이 아니다. 그래서 더 어렵다. ‘현재 진행형’인 현안을 풀다보면 때론 ‘무능’, 때론 ‘오만’으로 비쳐질 수 있다. 오히려 솔직한 인정, 진지한 고민이 답일 수 있다. 공감의 과정,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담아낸다면 ‘하프 타임’을 성공적으로 넘길 수 있지 않을까.
문 대통령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이하 FAZ)’ 기고문 제목이 ‘평범함의 위대함(The Greatness of the Ordinary)’인데 ‘균형점’의 국민을 만나는 문 대통령에게 ‘솔직함의 위대함’ ‘공감의 위대함’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