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부츠 현대무용단의 개막작 '피난처'. _ⓒEyal Hirsch
해마다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민감하고 복잡한 일을 ‘춤’으로 해석해 온 국내 최장수 현대무용축제 ‘모다페’(Modern Dance Festival, 38회)는 올해 갑과 을의 불편한 권력관계, 속도와 관계 부적응에 대한 현대인의 고민 등 가볍지 않은 문제를 화두로 내세웠다.
끊임없이 부조리를 저지르는 갑과 그들에게 당하며 점점 존재감을 상실하는 을의 모습을 ‘(몸을) 던지고’(throw), ‘흔들고’(shake), ‘얽매이고’(bound), ‘억압하는’(suppressive)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지난 2015년 초연된 이 작품에 대해 문애령 평론가는 “회전과 도약 기교가 좋은 출연자들의 단단하고 열정적인 춤사위 활용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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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라 안무가의 ‘신성한 캐노피’는 아이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부모와 그 속에서 고통받는 아이의 아우성을 그렸다.
전미라의 '신성한 캐노피'_ⓒ이미지트리
권혁 안무가의 ‘질주-RUSH’에선 삶의 속도가 개인의 가치를 증명하지 않고 개인의 가치가 삶의 속도를 결정하는 테마로, 속도에 대한 감각들을 여러 ‘대비’를 통해 증명한다. 이 작품은 2017년 ‘제5회 인천국제현대무용제’에서 최우수 안무가상을 받았다.
조인호 안무가는 ‘마음 내려놓고 편히 가지라’는 뜻의 불교용어 ‘방하착’을 준비했다. 절벽에 매달린 장님이 땅을 바로 아래 두고도 꽉 쥔 손을 놓지 못한 일화를 바탕으로 욕심을 본질을 탐색한다.
‘나의 존재’를 묻고 해석하고 돌아보는 자리는 이동하 안무가의 ‘엠프티 히어로’(Empty hero)에서, 우리 안에 존재하는 인간 본능의 폭력성은 박순호 안무가의 ‘유도 2.0’에서 각각 만날 수 있다.
세계 최정상 무용단의 개막작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한국인 3명이 소속된 이스라엘 키부츠현대무용단의 개막작 ‘피난처’가 그것. 라미베에르 예술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유대 가족의 정체성, 이질성에 오는 감정들을 춤으로 표현한다.
아시아댄스의 안애순 안무가 작품 'Here There'_ⓒ필름에이지
해외 진출용으로 제작한 모다페의 첫 투자작 ‘모다페 프로젝트 2019 호모루덴스’도 시선이 집중된다. 영국 프랭키 존슨의 픽업그룹과 언플러그드바디즈의 김경신, 툇마루무용단의 김형남 안무가 등 3개 단체의 협업 안무로 탄생한 이 작품은 인간의 유희와 놀이에 대한 원초적 욕구를 건드린다. 인간의 본성과 본능에 대한 ‘호모’(Homo)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이다.
권혁의 '질주'_(c)인천무용협회
김혜정 모다페 회장은 “올해 모다페 프로그램에선 개인의 감정부터 사회적 관계까지 춤으로 맛보는 여러 문제 의식들을 만날 수 있다”며 “특히 해외에 진출할 실험적 협업 작품은 국내 안무가들의 또 다른 도전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