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대 국적선사 사장의 무게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9.05.07 04:20
글자크기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이 큰 벽을 느끼고 왔을 것입니다."

지난달 말 유럽 지역 주요 화주와 글로벌 선사를 처음 방문한 배 사장의 행보에 관해 묻자 한 해운업계 관계자가 내놓은 답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 국적 선사의 위상이 많이 약화된 결과"라고 말했다.

배 사장은 지난 3월 27일 취임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최대 국적선사 수장을 맡은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그간 그는 현장 경영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사업장으로 달려가 직원들과 만났다.



글로벌 해운업계에도 얼굴을 알렸다. 첫 해외 출장지로 유럽을 선택했다. 화주 및 글로벌 선사들과의 협력은 해운업 특성상 필수적이다. 배 사장은 이번 방문에서 세계 1, 2위 선사인 머스크, MSC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현대상선은 두 선사가 속한 '2M'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계약은 내년 3월까지다. 2M의 정식 회원이 되거나, 다른 글로벌 선사 얼라이언스(동맹)에 들어가야 한다. 해운사는 단독으로 전 세계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없다.

하지만 배 사장의 데뷔전은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의 방문을 두고 "배 사장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느슨한 관계(loose relationship)이거나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배 사장의 첫 발걸음이 무거워 보이는 대목이다.



수익성 강화도 배 사장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현대상선은 15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이달 중순 발표될 올 1분기 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기존의 고가 용선료에 선박에 주로 쓰이는 벙커C유 가격도 올라 실적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배 사장에 대해 해운업계에선 아직도 우려의 시선이 있다. 전 현대상선 임원 등을 대거 영입했지만, 해운업 경험 없는 그가 난제를 잘 헤쳐 나갈지에 대한 의문이다. 배 사장은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2년 뒤, 배 사장이 "무너진 한국 해운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진다.
[기자수첩]최대 국적선사 사장의 무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