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아들, 이혼후 시댁으로 보내야 하나요

머니투데이 조혜정 변호사 2019.05.04 05:00
글자크기

[the L][조혜정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세살 아들, 이혼후 시댁으로 보내야 하나요




Q) 이혼을 앞두고 세 살짜리 아들을 어찌해야 하는지 너무나 고민이 됩니다. 아들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은 안되는데 이 어린 아이를 놓고 나오자니 마음이 정말 괴롭습니다.


4년 전 남편과 결혼해서 2년 반 전에 아들을 낳았습니다. 남편은 직장 동료의 소개로 만났는데 저에 비하면 조건이 월등히 좋았습니다. 저는 2년제 졸업해서 작은 회사 직원으로 근무했는데 남편은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거든요. 저희 부모님은 시장에서 장사를 해서 빠듯하게 살아오셨는데, 시아버지는 대기업 부장님, 시어머니는 교사를 하셨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했습니다. 그런 조건을 가진 남자가 제가 좋다고 결혼하자고 하니 저는 간절히 바라던 행운을 만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혼해서 살아보니 남편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부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매사 자기가 생각한 대로 결정해버리고 제가 조금이라도 토를 달면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화나면 집을 나가 며칠 지나서야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걸핏하면 생활비를 끊어버리곤 했습니다. ‘배운 게 없어 머릿속에 든 게 없다, 부모가 그 모양이니 딸을 잘못 가르쳤다’고 저와 친정부모님을 무시하고 모욕했습니다. 신혼 초부터 남편과 계속 살아야 하는지 갈등의 연속이었지만 하나뿐인 딸 시집 잘 보냈다고 철석같이 믿고 계신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릴 수가 없어서 망설이던 중에 아이가 생겼습니다. 아이를 낳아도 남편은 달라지지 않아서 이혼을 결심했지만 아이 때문에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석 달 즘 전 사소한 일로 부부싸움을 한 후 남편이 또 집을 나갔고 친정에 전화해서 이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고 생활비도 끊었고요. 제가 잘못 했다고 빌고 집에 들어오라고 해도 남편은 요지부동이고 시부모님도 대놓고 이혼하라고 하시니 저도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어서 이혼에 동의했습니다.


이혼 자체보다는 제가 이제 겨우 세 살 난 아들을 키울 형편이 안 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친정살림은 여전히 어렵고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은 전혀 기대할 수 없으니 이혼하면 제가 다시 취직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데 저 대신 아이를 맡아줄 사람이 없네요. 2년 전쯤 아빠가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서 엄마는 온종일 아빠 수발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어렵게 얘기를 꺼내봤지만 엄마는 아이 키우는 건 도저히 못 도와준다고 하시네요. 제가 다시 취직을 한다면 월급이 200만원이 안 될 테니 육아도우미는 꿈도 못 꾸고요. 직장 다니면서 아이 양육까지 혼자 다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안 납니다. 생활에 여유라곤 없을 테니 저와 아이 둘 다 너무 피폐해질 것 같아서 두렵고요.


남편은 이혼하면 소송을 해서라도 아들은 꼭 자기가 데려간다고 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부모님 댁에 들어가겠다는 거지요. 양육비는 줄 필요없고 대신 저한테 아이를 보지 말라네요. 시댁은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손이 귀한 집이라 아이를 예뻐하시니 잘 키워주실 것 같긴 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 남편에게 아이를 주는 게 맞지 않을까, 시댁에서 크는 것이 아이한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긴 하지만 보내면 아이를 못 본다고 생각하니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어요. 내가 아이를 버리는 것 같아서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고요.


만약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양육권을 주장한다면 제가 아이를 데려올 수 있을까요? 친정부모님이 아이 양육을 도와줄 형편이 못 되고 제가 경제적인 능력이 없으니 제가 불리하지 않을까요? 양육권자로 지정된다면 양육비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만약 제가 아이 양육을 포기했는데 남편이 아이를 못 보게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남편에게 아이를 주더라도 아이를 만나지 않고는 도저히 못 살 것 같거든요.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뀝니다. 제가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걸까요?


A) 세 살 난 아들과 헤어져야 할지도 모르는 결정을 하셔야 하니 얼마나 마음이 힘드시겠어요?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선생님 상황에 놓여있다면 누구나 결정하기 너무나 힘들 거예요.

아이를 누가 키울 것인지 합의가 안된다면 선생님과 남편 둘 다 가정법원에다 양육권자 지정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많이 안 낳는 시대라 갈수록 아빠가 양육권을 진지하게 주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이혼소송에서 양육권자 지정이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 양쪽 다 아이를 키우겠다고 치열하게 다투면 가정법원도 양육권 결정을 놓고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럴 경우 가정법원은 양육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하고 가정법원 조사관이 직접 집에 와서 양육환경에 대한 조사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양육권자를 지정하게 되니 친정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선생님이 남편에 비해 양육환경 면에서 좀 불리한 점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이가 어릴 경우 양육환경이나 경제적인 능력에서 다소 떨어지더라도 엄마가 아이를 키우겠다고 한다면 엄마에게 우선적으로 양육권을 주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엄마가 아이를 학대한다든가,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든가 하는 심각한 결격사유만 없다면요. 어린 아이한테는 엄마의 보살핌이 경제적인 여건이나 양육환경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는 거지요. 그러니, 만약 선생님이 아이 양육권을 주장하신다면 양육권자로 지정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됩니다.

양육권자로 지정되게 될 경우 받을 수 있는 양육비에 대해서는 인터넷에서 서울가정법원의 양육비기준표(2017년 기준표)를 찾아보시면 됩니다. 부모의 월소득(세전소득)을 기준으로 소득구간을 나누고, 각 소득구간마다 아이의 나이에 따라 평균 양육비가 정해져 있는데, 이 금액을 다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부모의 소득 비율에 따라 나눠서 부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의 월 소득이 200만원, 남편의 월 소득이 400만원이라고 한다면 600-699만원, 아이 나이 0-2세(만나이 기준)구간에 해당되는데, 이 구간의 평균 양육비는 1,388,000원입니다. 이 금액을 두 분의 소득 비율에 의해 나누면 선생님의 부담분은 46만 3천원(1,388,000x200/600), 남편의 부담분은 92만 5천원(1,399,000x400/600) 정도입니다. 이 금액을 기준으로 해서 자녀의 수, 부모의 재산상황, 질병 등의 기타 사정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양육비를 정하게 되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양육비 기준표 상의 금액을 상한으로 해서 정합니다. 이런 계산법에 따르면 선생님이 아이를 키울 경우 남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양육비는 많아야 90만원 정도이니, 친정부모님이 못 도와주신다면 선생님의 월급과 양육비로 아이를 키우기는 많이 벅찰 거예요.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나보다 여건이 좋은 남편에게 아이를 보낼까 고민하는 선생님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그런 선택을 하시는 것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남편에게 아이를 보내면 앞으로 못 보지 않을까 걱정 하시는데 너무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비양육친에게 아이를 안 보여주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이럴 때 가정법원의 도움을 받으면 어느 정도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거든요. 만약 남편이 아이를 보여주지 않겠다고 한다면 가정법원에 면접교섭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이행명령이 있는데도 면접교섭을 거부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습니다.

양육권자가 면접교섭을 거부하면 가정법원에서는 대체로 과태료를 먼저 부과하고 면접교섭을 시켜줄 경우 과태료를 취소해주는 식으로 결정하는데, 과태료 금액이 수백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면접교섭을 강제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더라는 것이 제 경험입니다. 그러니, ‘내가 키우지 않으면 아이는 못 본다, 내가 아이를 안 키우니 아이를 버리는 거다’라는 식의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마세요. 물론 아이 보여주기를 싫어하는 남편 및 시부모님과 계속적인 갈등을 겪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선생님과 아이 둘 다 마음고생을 많이 하겠지만, 아이와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맞냐고 물어보시는데, 선생님과 같은 상황에서 맞고 틀리는 건 없습니다. 아이가 어리니 엄마가 키우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니 자기 상황에 맞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거든요. 아무래도 아이를 키울 엄두가 안 나신다면 양육은 남편에게 맡기되, 엄마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는 한 하겠다고 생각하고 그 쪽으로 노력을 하시면 어떨까요? 선생님의 결정에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세살 아들, 이혼후 시댁으로 보내야 하나요
[20년간 가사소송 등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지난 20년간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