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유일한 행복의 지표는 아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좀 있어야 행복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돈으로만 따져도 단순히 소득이 높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비용도 따져야 한다. 생활에 필수적인 비용이 소득보다 더 늘어나면 돈으로만 따져도 행복해졌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지난해 말 중위소득, 중위주택 기준으로 14.3년을 기록했다. 평균적인 가구가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평균적인 집을 사는데 걸리는 기간이다. 그런데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소득의 절반을 저축하는 것도 벅차겠지만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가정해도 평균적인 집을 사는데 거의 30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평생을 집 한 채 마련하려고 일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특유의 교육현실을 반영한 사교육비까지 더해지면 평균적인 중산층도 허우적대는 인생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교육문제는 해법을 찾기가 더 어렵다. 이해관계가 복잡해 합의가 어렵다.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큰 원인은 연과 끈이 중요한 네트워크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좋은 대학 졸업장의 프리미엄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교육문제 해결은 어렵다. 이 프리미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한편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하고 경쟁력을 갖춘 좋은 대학들에는 입학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대학의 질도 높이고 좋은 대학에 대한 입학경쟁 완화로 사교육비도 다소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을 높여 국민들의 소득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가는 비용을 줄여주는 것도 국민 행복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