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된 황금 거위…한화갤러리아, 면세점 3년 영욕의 세월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9.04.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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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갤러리아, 2017년 제주공항점에 이어 서울 시내면세점도 접어…주가 3년새 22만→3만원

갤러리아63면세점 / 사진제공=오승주갤러리아63면세점 / 사진제공=오승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23,100원 ▲50 +0.2%)가 3년여 만에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한화그룹 내 유통사업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 속에 출범했지만 면세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커녕, 애물단지가 됐다.

30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전일대비 8300원(21.45%) 떨어진 3만400원을 기록했다. 전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한화갤러리아)는 오는 9월 갤러리아면세점63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2017년 제주공항점 폐점에 이어 올해 서울 시내면세점도 접으면서 한화그룹은 면세사업에서 아예 손을 떼게 됐다.



한화 측은 면세사업 철수 이유로 누적 적자를 꼽는다. 갤러리아면세점은 사업을 시작한 2015년 영업적자 144억원을 기록한 후 2016년 439억원, 2017년 439억원, 지난해 29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4년간 누적 영업적자만 1300억여원에 달한다.

초기 막대한 투자비용을 쏟고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면세점 탓에 한화갤러리아 전체 실적도 줄었다.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사업 진출 전인 2014년까지만 해도 매년 300억원 이상의 영업흑자를 냈다. 그러나 2015년에는 영업이익이 156억원으로 반토막났고 2016년에는 123억원, 지난해에는 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6억원 영업손실을 내면서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이에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 면허 기간(5년)을 채우기도 전에 면세 특허를 자진반납하기에 이르렀다. 면세사업을 그룹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오너 3세인 김동선 과장까지 참여했던 사업 초와 대비된다.

한화갤러리아가 28일 '갤러리아면세점63' 개장식을 갖고 약 370개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한화갤러리아가 28일 '갤러리아면세점63' 개장식을 갖고 약 370개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사업권 획득 당시인 2015년 7월만 해도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이에 한화갤러리아는 면세특허 취득 소식을 전후해 엿새만에 주가가 6만원에서 22만원으로 약 4배 폭등하는 등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특허 취득 전에 주가가 미리부터 상한가를 기록해 미공개정보 유출 혐의로 관세청 직원들에 대한 대규모 조사까지 이뤄질 정도였다.


축포를 쐈던 면세점 사업은 치열한 경쟁상황 속 속빈 강정이 됐다. 회사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주가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22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3개월만에 반토막 났고, 2017년 제주공항점이 철수할 때는 2만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면세사업 진출 전 주가가 5만~6만원대에서 움직였던 것을 고려하면 본전도 못 찾은 셈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과감한 사업 손절로 인해 추가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줄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화갤러리아 철수로 인해 면세사업이 상위 사업자 위주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면세사업 철수로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하겠지만 적자 사업부를 정리해 손익구조는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며 "이번 일로 면세점 사업의 핵심은 정부의 인허가, MD구성과 상품기획력이라는 측면이 부각된 만큼 상위사업자 중심으로 면세사업이 과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지혜 흥국증권 연구원은 "오는 9월부터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시내면세점 철수로 면세점 경쟁강도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며호텔신라 (59,800원 ▲900 +1.53%)신세계 (180,000원 ▲6,800 +3.93%)의 수혜를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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