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쓰고 버리던' 이케아 "사지 말고 빌려써라"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한정수 기자, 김지현 기자 2019.05.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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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즈 BTS(Biz & Tech Story)]
하나의 소재로만 운동화 만들어 재활용하는 아디다스
‘한번 쓰고 버리던’ 이케아 “사지 말고 대여하라”
유리병, 스테인리스통에 배달하는 하겐다즈, P&G

'한번 쓰고 버리던' 이케아 "사지 말고 빌려써라"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기업 경영의 공식을 바꾸고 있다. 환경 보호를 사회공헌 활동 정도로만 생각하던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환경을 탑재하고 있다.

사는 대신 빌려 쓰라며 대여 모델로 전환하는 기업도 있고 다 쓴 물건 반납하면 새 물건으로 바꿔주겠다는 회사도 있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유리병 용기를 다시 내놓기도 하는 등 포장용기도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잇달아 바꾸고 있다.



/사진=아디다스/사진=아디다스
◇고무신처럼 통째 운동화 만들어 빌려 신으라는 아디다스

아디다스는 지난 달 '퓨처크래프트 루프'(Futurecraft Loop) 운동화를 2021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운동화는 고무신처럼 단 하나의 소재만으로 제작된다. 밑창부터 신발 끈까지 신소재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로 만들었다. 지난 6년간 60여 명의 연구원이 실험을 거쳐 개발한 TPU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고 재활용해도 높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보통 신발은 밑창, 안창, 갑피 등 부위마다 다른 소재 12~15개가 사용되기 때문에 제품을 녹이는 과정에서 여러 물질이 뒤섞여 재활용이 어렵다.



루프 운동화가 출시되면 아디다스는 낡은 운동화를 회수해 작은 알갱이로 분해한 뒤 용해 물질로 녹여 순도 높은 TPU를 추출해 새 운동화를 만든다. 현재 운동화 열 켤레를 재활용하면 한 켤레 만들 수 있는 수준인데 정식 출시 때까지 재활용 비율을 10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낡은 운동화 한 켤레를 재활용해 새 운동화 한 켤레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 유통, 재활용 과정을 반복한다고 해서 운동화 이름도 '루프'(loop·고리)이다.

아디다스는 운동화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정기구독 모델도 고려중이다. 새 운동화를 배송하면 소비자는 헌 운동화를 박스에 넣어 반송하고 아디다스는 다시 새 운동화를 보내주는 것이다. 폴 가우디오 아디다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이 운동화가) 아디다스의 사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블룸버그/사진=블룸버그
◇가구 사지 말고 빌려 쓰라는 이케아


이케아도 환경 보호를 자신의 사업모델에 적용해 경영 전략을 180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부터 스위스에서 시작한 가구대여 서비스를 세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케아는 네덜란드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매달 33달러에 침대, 책상 등 생활가구 세트를 대여해주고 있고 스위스에서는 중소기업에 사무용 가구를 대여하고 있다.

회수한 제품은 수리해서 다시 대여하거나 전시용품으로 사용한다. 호주에서는 가구를 반납하면 판매가의 일정 비율을 상품권을 지급한다. 매장도 도시 외곽에 짓던 축구장 5개 크기의 대형 매장 대신 도심 속 작은 매장을 계획 중이다. 지난 달 미국 뉴욕 맨해튼에 첫 번째 도심형 매장을 출점한 데 이어 런던, 파리, 베를린, 도쿄, 상하이 등에도 속속 문을 열 예정이다.

이는 ‘한번 쓰고 버리기에 최고인 실용가구’라는 기존의 전략을 뒤집는 것이다. 판매 대신 대여, 한철 쓰고 버리는 가수대신 재활용 모델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가구 대여 서비스는 2020년까지 30개국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젊은 소비자들 중심으로 자신이 구매하는 상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가구조립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집세는 오르고 소득은 정체인 젊은 소비자들은 이사가 잦기 때문에 새 가구를 사는 대신 빌리는 수요가 많아질 거라는 분석도 있다. 미 경제전문매체 INC는 "이케아가 소비패턴 변화에 적응하는 법을 실험하고 있다"며 "이케아의 최근 행보는 작은 기업이든 큰 기업이든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은행 앨런앤드컴퍼니에서 주문 제작한 파타고니아 플리스 조끼를 입은 사람들. /사진=블룸버그미국 투자은행 앨런앤드컴퍼니에서 주문 제작한 파타고니아 플리스 조끼를 입은 사람들. /사진=블룸버그
◇환경보호 안하는 기업엔 안 팔겠다는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는 지난달 1일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에게 자사의 조끼를 팔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월가 금융회사의 대부분이 환경보호 등 공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파타고니아는 연 매출의 1% 이상을 환경보호 등 공익에 사용하는 '비 코퍼레이션'(B Corporation) 인증 기업에만 판매하겠다고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월가에도 캐주얼 복장이 유행하면서 금융사들은 파타고니아의 회색 ‘플리스(Fleece)’ 조끼를 직원들에게 지급해왔다. 이 조끼는 성공한 금융인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파타고니아가 월가에 조끼를 팔지 않기로 하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월가가 패닉에 빠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파타고니아의 행보를 고려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앞서 파타고니아는 사람들이 옷을 사면 살수록 환경이 오염될 수밖에 없다며 뉴욕타임스에 ‘옷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는 전면광고를 내고, '새 것보다 낫다'(Better than New)라며 낡은 옷 입기 캠페인도 벌였다. 소비자들은 파타고니아의 행보가 노이즈 마케팅(자극적인 이슈로 구설수에 오르게 만드는 홍보 방식)이 아닌 진심이라고 이해해준다. 앤드류 알바레즈 IBIS월드 애널리스트는 포브스에 "파타고니아는 환경보호라는 대의를 이해하는 기업"이라며 "그 대의와 사업 모델을 기막히게 통합할 줄 아는 회사"라고 평가했다.

/사진=에비앙/사진=에비앙
◇마실수록 쪼그라드는 생수통, 그리고 병 우유까지

프랑스 생수브랜드 에비앙은 마실수록 쪼그라드는 생수통을 지난달 공개했다. 물이 줄 때마다 통이 조금씩 찌그러진다. 생수통 만드는데 필요한 플라스틱을 줄였기 때문이다. 5리터 용량의 이 생수통은 1.5리터에 비해 3배나 크지만 플라스틱은 34%에 불과하다. 플라스틱을 아주 얇게 펴서 만들었기 때문에 물이 줄 때마다 안팎의 압력차로 조금씩 찌그러진다. 물을 다 마시고나면 생수통은 압축한 듯 납작해진다. 고객들은 납작해진 생수통을 모아두었다가 배달원에게 건네기만 하면 된다. 오는 9월부터 4개월간 런던과 파리에서 시범 서비스를 한 뒤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용기를 플라스틱 대신 유리나 스테인리스 등으로 제작하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하겐다즈는 종이와 플라스틱 용기 대신 스테인리스 용기에 아이스크림 담아 배달하고 P&G는 팬틴 샴푸를 알루미늄 병에, 세탁세제 타이드를 스테인리스 통에 담아 배달한다. 또 펩시는 트로피카나 주스를 유리병에 담아 배송한다.

이 기업들이 용기 재활용하는 방식은 이렇다. 소비자들이 미국 재활용회사 테라사이클이 운영하는 플랫폼 '루프'를 통해 제품을 주문하면 테라사이클은 주문 내역을 각사에 전달한다. 기업이 재활용 용기에 제품을 담아 테라사이클로 보내면 이곳에서 제품을 다시 소비자들에게 보낸다. 소비자가 제품을 다 사용하면 루프 플랫폼에 용기 회수 또는 리필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면 테라사이클 직원들이 용기를 회수하고 소독, 세척해서 다시 각 기업에 보낸다. 아직 뉴욕과 파리 등의 일부지역에서만 시범 실시되지만 점차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사진=네슬레/사진=네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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