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로 집에 불질러 세 자녀 사망…20대母 징역 20년 확정

뉴스1 제공 2019.04.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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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때 결혼한 뒤 경제적 어려움 나아질 기미 없어 범행
"블랙아웃 상태서 실화" 주장…법원 "미필적 고의" 판단

서울 서초구동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서울 서초구동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집에 불을 질러 잠을 자고 있던 어린 세 자녀를 숨지게 한 여성에게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24)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정씨는 2017년 12월31일 밤 당시 4살과 2살, 1살인 세 자녀가 자고 있던 방에 불을 질러 유독가스 중독, 질식, 화상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는 2012년 17살때 만난 한살 어린 이모씨와 사이에서 세 자녀를 낳았지만 시댁과 친정으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고, 이씨 역시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2017년 12월 이씨와 이혼하고 세자녀를 보육원에 맡기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당분간 계속 키우기로 했다.

정씨는 인터넷 물품사기로 생활비를 충당했지만 같은해 6월부터 월세가 밀리기 시작했고, 자녀 유치원비도 3개월 넘게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12월부터는 피해자들로부터 변제 독촉도 받았다.

정씨는 양육문제와 생활고가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재판에서 술에 만취해 '블랙아웃'(과음으로 인한 일시적 기억상실 현상) 상태에서 담배꽁초를 처리하다가 이불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포와 당혹감으로 이성적 대처는 하지 못했지만 자녀를 숨지게 할 의도는 없었고 말했다.

1·2심 재판부는 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씨는 화재로 인해 자신은 물론 자녀들도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 또는 위험을 인식하거나 예견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범행 전후 정황에 비춰 블랙아웃 상태도 아니었다고 봤다.

대법원은 "정씨의 연령, 성행, 지능, 범행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정상을 참작해보더라도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징역 20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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