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복의 샤넬' 룰루레몬, 비싸도 잘나가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4.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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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영업이익 '우상향'에 올해 주가 상승률 45%↑…
캘빈 맥도날드 CEO "혁신과 고객경험에 투자할 것"

/사진=룰루레몬 인스타그램/사진=룰루레몬 인스타그램


고품질·고가 전략을 고수해 일명 '요가복의 샤넬'로 불리는 룰루레몬. 두 자릿수 매출 성장에 힘입어 올해 들어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다만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고객 접근성을 좀더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캘빈 맥도날드 룰루레몬 CEO는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값싸고 비슷한 경쟁사 제품이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성장의 초입에 있다"며 "가격 인하의 필요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룰루레몬은 1998년 여성 요가복 전문회사로서 캐나다에 설립된 업체다. 요가붐과 함께 매출도 증가했는데, 일상복과 운동복의 경계를 넘나드는 애슬레저 유행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업체는 기타 여성 운동복이나 남성 운동복도 만들고 있다.

룰루레몬은 무엇보다 한 벌에 100달러를 넘나드는 고가전략이 특징이다. 룰루레몬 웹사이트에서는 여성용 긴 요가바지 한 벌당 약 98~128달러 수준에 판매된다. 회사가 특허를 받은 '루온'이라는 재질을 사용하는 등, 고급 기능을 갖춘 원단을 사용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루온은 복장이 피부에 밀착됐을 때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재질을 뜻한다.



하이엔드 시장만 노려 매출과 이익 모두 성장세다. 룰루레몬에 따르면 회사 매출액은 2017년(회계연도 기준) 23억4000만달러(2조6945억원)에서 2018년 26억5000만달러(3조515억원), 2019년 32억9000만달러(3조7884억원)로 늘었다. 2년간 매출 성장률은 40.6%다. 2020년까지 40억달러 매출을 목표로 한다.

영업이익도 이 기간 4억2100만달러에서 7억600만달러로 2년 새 67.7% 늘었다.

호실적에 미국 증시에서 룰루레몬 주가도 올 들어 45.4% 올랐다(23일 종가 176.78달러). 1년 전 가격과 비교하면 82.9% 상승했다. 주가 호조 속에 룰루레몬은 24일 5년 만에 처음으로 투자자 대상 설명회도 가진다.


룰루레몬은 제품 가격이 비싸다 보니 대중적으로는 덜 알려졌다. WSJ가 인용한 번스타인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이 브랜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에 비해 가계 연소득 7만5000달러(8600만원) 이상인 응답자들의 경우에는 75%가량이 브랜드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룰루레몬은 한동안은 백화점 입점도 거부하고 자체 유통망을 통해서만 상품을 판매해 왔다. 전세계에서 400여 매장을 운영중인 룰루레몬이지만 입점한 백화점은 영국 헤롯 백화점이 유일했고, 최근에는 한국 롯데백화점에 입점을 결정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룰루레몬이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가격을 좀 더 낮추더라도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무라 인스티넷의 사이먼 시겔 애널리스트는 "룰루레몬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성장을 지속하려면 가격을 절충하거나 유통을 확대하거나 또는 마케팅 지출을 늘려야 할 것"이라며 "룰루레몬은 나이키보다 (보석업체) 티파니를 더 닮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 CEO는 "할인을 위해 자금을 쓰는 회사로서의 브랜드가 될지, 아니면 혁신과 경험에 투자하는 브랜드가 될지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고 말해 가격을 내릴 계획이 없음을 강조했다.

한편 룰루레몬은 향후 중국 시장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추후 전세계에 25~30개가량의 매장을 더 낼 계획이다. 2020년 매출액 목표는 40억달러(4조6060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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