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숨은 주인공 '줌'…창업자 3조 '돈방석'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4.2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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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설립된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업체…내실있는 실적 관리로 매출 '급성장'

(사진 가운데)에릭 유안 줌 대표가 줌의 상장 첫날을 축하하며 축배를 들고 있다/AFPBBNews=뉴스1(사진 가운데)에릭 유안 줌 대표가 줌의 상장 첫날을 축하하며 축배를 들고 있다/AFPBBNews=뉴스1


미국 증시 예비 상장 종목군이 눈높이를 낮추는 등 몸을 사리는 사이 예상 못한 종목이 날았다. 설립 8년차의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기업 '줌(Zoom)'이 탄탄한 실적에 힘입어 나스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창업주도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에릭 유안(Eric Yuan) 줌 창업자 겸 대표는 하루 전 줌의 나스닥 상장으로 인해 보유가치 지분이 29억달러(3조3127억원)에 달했다.



줌은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업체로 지난 2011년 설립됐다. PC뿐 아니라 모바일로도 화상 회의에 참여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회의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줌의 공모가는 36달러에 형성됐지만 상장 첫 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72.2% 오른 62달러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66달러까지 치솟았다. 시가 총액은 158억9700만달러(18조1591억원), 회사 지분 20%가량을 보유중인 유안 CEO의 지분가치도 덩달아 29억달러까지 오르게 됐다.



이는 최근 상장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다른 기업들과 다른 움직임이다. 지난달 말 상장한 리프트는 이후 줄곧 내림세를 보이며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했고, 이 영향으로 우버, 핀터레스트 등은 상장을 앞두고 공모가 눈높이를 낮췄다. 지난 18일 기준 리프트 주가는 58.36달러로 공모가(72달러)를 18.9% 밑돌고 있다.

줌은 상장을 앞둔 우버나 핀터레스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갔던 종목이다. 당초 28~32달러에 공모가가 형성될 것이란 시장 전망과 달리 상장 직전 공모가 밴드가 33~35달러로 결정됐고, 공모가는 이마저도 넘은 36달러에 정해졌다.

줌과 같은 날 증시에 상장한 핀터레스트도 신고식을 화려하게 치렀지만 주가는 공모가(19달러) 대비 28.4% 오른 24.4달러에 마감해 줌의 그늘에 가려졌다. 핀터레스트의 시가총액은 현재 129억1700만달러(14조7551억원)로 줌보다도 낮다.


줌에 있어 큰 투자매력으로는 탄탄한 실적 개선세가 꼽혔다. 2016년 매출액은 6080만달러(695억원)였지만 2017년에는 1억5100만달러(1725억원), 지난해에는 3억3100만달러(3781억원)로 급증했다.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비로 인해 이익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것과 달리 지난해 줌의 순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7년 380만달러(43억원)의 순손실을 봤지만 지난해에는 760만달러(87억원) 순이익으로 돌아선 것.

줌이 이익을 낸 데에는 불필요한 비용을 쓰지 않는 유안 CEO의 경영철학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2015년까지 별도 마케팅 부서를 두지 않고 오로지 구전에만 의존해 고객을 모았다. 앞으로도 저비용 전략을 고수할 계획인데 특히 인재를 모집할 때 캔자스시티나 새크라멘토와 같은 도시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들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들 도시 출신의 급여는 실리콘밸리에 비해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현재 1700여 명의 직원 중 500명은 중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군은 탄탄하게 갖췄다. 차량공유업체 우버, 자료관리 시스템 구축 회사 자피어, 메신저 회사 슬랙 등이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한다. 이를테면 유명 스타트업 기업들이 화상회의를 위해 선택한 스타트업이 바로 줌인 셈이다. 1000여 개의 고객사들 중 월간 10만달러(1억1400만원)를 지불하는 고객만 344개다.

'르네상스 캐피탈'의 맷 케네디 애널리스트는 "이미 100억달러 가치에 이르는 회사가 이러한 주가 상승세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며 "리프트 상장 이후 유니콘 기업들의 IPO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줌의 사례는 가치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자 욕구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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