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가 기회' 노키아·에릭슨, 흔들리는 화웨이 노린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4.17 17:18
글자크기


美 등 보안 우려로 화웨이 장비 보이콧
中에 밀리던 노키아·에릭슨 반격 시작
4G·5G 인프라 시장서 공격적인 영업
화웨이 안방 中서 장비 더 싸게 팔기도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중국 업체에 밀려 고전하던 핀란드의 노키아와 스웨덴 에릭슨이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보안 우려로 화웨이와 중싱퉁쉰(中興通訊·ZTE) 등 중국 회사 장비들이 미국 등으로부터 배척을 받으면서 생긴 빈자리를 잽싸게 파고들고 있다. 심지어 적진 한복판인 중국에서도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며 중국 업체들을 거세게 압박하는 모습이다.

중국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노키아. 한때 휴대전화와 통신장비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노키아는 20여 년 전 화웨이에 추월당한 이후 2등 업체로 전락했다. 중국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통신장비 업체로 거듭났으며, 5세대(5G) 통신 시대를 앞두고는 기술력에서조차 경쟁자를 따돌린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화웨이와 ZTE 장비가 중국 정보기관의 간첩행위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고 영국, 독일, 일본 등 동맹국에도 동참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5G가 기회' 노키아·에릭슨, 흔들리는 화웨이 노린다
이후 화웨이와 ZTE의 시장점유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영국계 시장조사회사 IHS마킷 자료로는 지난해 화웨이의 세계 이동통신 기반시설 시장점유율은 한 해 전보다 1.9%포인트 떨어진 26%에 그쳤다. 반면 에릭슨은 2.4%포인트 늘어난 29%로 1위를 기록했다. 노키아와 삼성전자 점유율도 각각 0.1%포인트, 1.8%포인트 올랐지만, ZTE는 1.3%포인트 감소했다.



'5G가 기회' 노키아·에릭슨, 흔들리는 화웨이 노린다
5G 장비만 놓고 보더라도 화웨이의 예상 출하 대수 점유율은 17%로 세계 4위에 그친다. 1위인 에릭슨(24%)과 2위인 삼성전자(21%)는 물론 노키아(2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라지브 수리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5G 시스템이 안전하지 않다면 항공기 혁신, 제약 기술, 전기차 설계 등 핵심적인 무역 기밀이 노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보안이 걱정된다면 노키아 제품을 쓰라는 뜻이다.

노키아와 에릭슨은 화웨이의 안방인 중국에서도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노키아는 현재 홍콩과 대만을 포함해 중국에서 약 1만7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본사가 있는 핀란드 직원의 3배 규모다. 공장 한 곳과 6개의 연구개발센터도 운영한다. 수리 CEO는 리커창 중국 총리에게 조언을 주는 외국 CEO 모임에도 참여하고 있다.

노키아의 전략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차이나모바일과 11억달러의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3주 뒤에는 미국 T모바일US로부터도 35억달러 규모의 5G 장비 사업을 수주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치 냉전 시대 핀란드의 국가 전략을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당시 소련과 유럽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던 상황에 빗댄 것이다. 이런 전략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에릭슨은 중국에서 중국 업체보다 더 싼 가격에 물건을 팔다 중국 당국의 견제를 받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이통사 유니콤의 4G 기지국 장비 입찰에서 210억위안을 써냈다. 이는 화웨이와 ZTE보다 각각 25%, 22% 낮은 가격이었다. 사업은 결국 화웨이가 따냈지만, 에릭슨의 공격적인 영업 전략이 노출됐다. 중국 시장관리감독총국(SANR)은 지난 12일 베이징의 에릭슨 사무소에 수사관 20명을 보내 불공정 행위 여부에 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