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노트르담 대성당... '인간 띠'로 유물은 지켰다 (종합)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김수현 기자 2019.04.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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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5년에 완공된 노트르담 대성당
16일 새벽 8시간여 만에 불길 잡아
마크롱 "재건", 구찌 회장 거액 기부
1600년 된 '가시면류관' 등은 보호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파리 시민들은 사랑하는 랜드마크가 타는 것을 눈물과 망연자실한 침묵으로 지켜봤다."(CNN)

850년 넘는 역사의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해 첨탑과 지붕이 무너졌다. 불은 15일 오후 6시50분경(현지시간) 이곳 첨탑 부근에서 시커먼 연기와 함께 발생했다. 수백 명의 소방대원들이 진화에 나서 앞쪽 두 개의 탑 등으로 번지는 것은 막았지만, 1시간여 뒤 일어난 첨탑과 지붕의 붕괴는 막지 못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의 주교 모리스 드 쉴리의 감독 아래 1163년 건축이 시작돼 1345년 완공된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다. 프랑스 전체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날 영국 BBC는 "국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에펠탑도 한 세기 남짓의 역사를 지닌다"고 노트르담 대성당의 가치를 설명했다.



이날 화재 소식에 수천명의 파리 시민들이 현장에 모여 지켜봤다. 첨탑이 넘어가는 순간 일부는 소리를 질렀고 우는 사람도 있었다. 한 시민은 가디언에 "TV에서 보자마자 달려왔는데 이렇게 우울할 줄은 몰랐다"고 심경을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예정된 TV 정책 연설을 취소하고 현장을 찾았으며 성당을 다시 짓겠다고 선언했다.



/사진=노트르담 대성당 페이스북/사진=노트르담 대성당 페이스북
불길은 다음 날 새벽께 잡혔다. 소방당국은 16일 오전 4시경 화재를 진압하고 잔불을 끄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 원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당국은 첨탑 보수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실화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편 노트르담 대성당 안에 있던 유물 상당량은 회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네 이달고 파리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가시면류관, 루이 9세의 튜닉(무릎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웃옷) 등 주요 작품들이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면서 "인간 띠를 만들어 유물을 구해준 구조대원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성당 내부 3개의 장미 문양 스테인드글라스 중 북쪽 창은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머지 2개 장미창은 불에 탔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찌 등 브랜드를 보유한 케어링 그룹의 프랑스와앙리 피노 회장은 성장 재건을 위해 1억유로(1280억원)를 기부하기로 했으며, '프랑스 헤리티지 소사이어티' 등은 모금 사이트를 개설했다.


가시면류관. 역사학자들은 만들어진 지 160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한다. /AFPBBNews=뉴스1가시면류관. 역사학자들은 만들어진 지 160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한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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