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기인 16일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는데 귀를 의심케 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거리 한쪽 천막에서는 쉬지 않고 욕설이 흘러나왔다. 시민들의 찌푸림에도 아랑곳없이 스피커 볼륨은 높아져 갔다.
무대를 온라인으로 옮겨와도 똑같은 현상은 반복된다. 관련 기사에는 '이제 좀 그만하자', '감성팔이 진절머리난다' 등 댓글이 넘쳐난다. 추모와 위로가 있어야 할 자리는 어느새 혐오와 몰상식이 가로챈 지 오래다.
5년. 이제 불과 5년이 지났을 뿐인데 세월호를 외면하려 한다. 세월호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의 문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여전히 세월호를 기억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많은 시민이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안전기억공간 '기억과 빛'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전날인 15일은 영국 힐스버러 참사 30주기였다. 1989년 4월 15일 리버풀FC와 노팅엄포레스트의 축구 경기가 열린 힐스버러 스타디움이 무너지며 관중 96명이 사망한 사고다.
영국인들은 힐스버러를 여전히 기억한다. 이날 경기에서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1분간의 묵념이 진행된다. 27년에 걸친 진상조사로 당시 경찰의 과실과 희생자의 결백을 밝혀냈다. 30년이 지났지만 지긋지긋하다는 반응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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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하루 차이, 세월호와 힐스버러의 간극은 넓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