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국제정치학을 연구한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는 현실 정치의 다이내믹스를 평가할 때 줄곧 이 점을 강조했다. 정치가 순간의 피아 구별과 이해 득실로만 따져볼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이슈에 매몰돼 아웅다웅하지만 종국에는 역사의 쓰레기통에 곤두박질 쳐질 비루한 말의 정쟁이라는 냉정한 판단도 포함됐다.
문제는 그 수준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잔인하고 너절하며 인간 혐오를 담고 있다. 5.18 순국자들, 세월호 희생자들을 희화화하는 누리꾼이 그랬고 아무렇지 않게 이를 인용한 정치인이 그랬다. 세상에 던져진 막말이 쌓일수록 사회의 수치심은 마비된다. 정치인들은 사과와 반성의 ‘기준’을 낮추며 더 강력한 막말로 감정 자극의 역치를 끌어올린다.
사람의 마음을 진정 움직이는 것은 ‘막말’이 아닌 삶의 현실의 무게다. 그것을 정확하게 설명해내는 언어가 우리 정치에도 필요하다. 총선을 1년 앞둔 4월. 국민들의 선택을 다시 받고싶다면 언어의 위엄을 지키고 그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정치인의 조건이자 의무다. 그리고 그 전제는 인간, 삶에 대한 존중이다.
기자수첩.김하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