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이익에 원금까지 나라를 위해 낼 수 있었던 건…"

머니투데이 상하이(중국)=이건희 기자 2019.04.17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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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나라를 세운 기업][2]-②민족자본 꿈꾼 100년 전 '기업가정신'

편집자주 1919년 4월10일.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의정원(현 국회)이 개원했고, 하루 뒤인 11일 임시정부가 설립됐다.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겠다”는 민족의 염원이 담긴 이곳은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가는 시작점이었다. 같은해 3.1운동을 비롯해 임정을 중심으로한 독립운동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이때 민족기업들이 나섰다. 이들 기업 창업주는 사재를 털어 독립 자금을 댓고, 기업의 이윤을 나라 구하는데 썼다. 머니투데이는 임시의정원과 임시정부 설립 100주년을 맞아 당시 민족기업의 자취를 취재했다. 이들 기업이 100년 후 지금 기업에게 남긴 메시지를 5회에 걸쳐 보도한다.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기념관에 세워진 간판 모습. /사진=이건희 기자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기념관에 세워진 간판 모습. /사진=이건희 기자


자네 '그 기업가들' 이야기를 들어봤나. 독립군의 은행이 되길 꿈꿨던 기업가들 이야기 말이네. 당시 기업가들은 나라 지키기를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기업을 만들었다네. 사실상 '무담보 무제한 대출' 은행이었지.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겠네.

일제가 나라를 뺏앗아가는 장면을 직접 본 그는 나라를 살려야겠다는 일념 하나밖에 없었네. 마침 그에겐 땅 일부와 장사를 함께 할 동료들이 있었지. 비슷한 상황의 동료들과 자본금을 모아 한 기업을 세웠네. 모양은 쌀과 면, 해산물을 파는 상점이었어.



목적은 단 하나였네. 독립운동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본부가 될 것. 장사는 성공적이었네. 주변에 소문이 퍼지면서 자본금도 초기보다 10배 가까이 적잖게 모였네.

그러나 그들은 이 돈을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네. 이익은 물론 원금까지 만주와 상해 등 독립운동 현장으로 보내졌지. 또다른 기업가는 자본금 5배에 달하는 금액을 독립운동을 위해 희사했네.



성공적으로 독립운동 자금이 공급될 때마다 그들은 기뻐했네. 그들의 돈이 줄어드는 것은 상관없었네. 근검절약으로 무장하는 것이 곧 독립운동이었지. 오직 두려운 건 일제가 기업을 찾아내버리는 것이었네.

또 다른 기업가는 그 자신이 독립운동의 통로가 되기도 했네.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 불린 약을 만든 그는 기업을 세우고 이를 임시정부와의 연락망으로 활용했네. 약방 사장 자신은 독립운동 자금 조달자이자 독립운동 행정가였지.

당시 기업가들의 정신이 100여년이 지난 뒤에도 이어지는지 궁금하네. 누군가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챙기거나, 그 흔적을 지키겠지. 또는 자신들의 기업이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할 수도 있겠네. 또다른 이는 그런 사실을 잊어버리고 이익을 만들어내는데 골몰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기억해주길 바라네. 일제 치하 때도 기업은 있었고, 누군가는 이익뿐 아니라 원금까지 독립운동을 위해 내놓았다네. 그 정신을 지킨 결과 건강한 기업을 유지하는 후손들도 있지. 자네는 어떤 기업가가 되겠나. 어떤 마음으로 기업을 운영하는지 궁금하네.

◇100년 전 민족자본이 지금의 기업에게 보내는 편지=앞선 편지는 2019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머니투데이가 100여년 전 대한민국 독립운동을 위해 기여한 민족자본의 자료를 바탕으로 재가공한 글이다.

해당 편지는 △백산 안희제 선생이 만든 백산상회 △민강 동화약품 초대 사장 △허만정 GS 창업주 △구인회 LG 창업주 등의 자료를 토대로 만들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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